독서감상문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여디디아 2020. 12. 1. 18:07

한비야의 친필 사인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한비야, 안토니우스 반 주트편 지음/ 푸른숲

 

 

단정하고 반듯한 한비야의 친필 사인이 반갑다.

3년 만에 신작이 나온 한비야의 책은 3년 동안 바뀐 삶의 모습이라 더욱 반갑다.

국제구호활동을 열정적으로 수행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어서 결혼도 하지 않는 비혼주의인가 했더니

시기가 늦었을 뿐이지 비혼주의는 아니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60이 되어서 만난 인연과의 결혼생활은 그녀의 삶을 좀 더 자유롭고, 든든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결혼을 늦추는 요즘 유능한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다.

특별히 여자들, 능력이 있는 청년들이 결혼을 꺼려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다.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하고 누군가에게 묶인다는 것도 불편하고, 시금치도 싫고, 시냇물도 싫고, 택시도 타지 않는다는 '시댁'이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며 짐이라고 느끼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건 기성세대의 잘못임이 분명하다.

'며느리'를 남의 딸, '내 아들을 빼앗아 가는 여우'라는 생각에 기세 등등하여 시어머니의 갑질 행세가 '딸들'의 생각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 같으니 모두가 반성할 수 있기를....

 

한비야가 결혼을 하여 남편인 네덜란드인 안토니우스와 함께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다.

 

가까이하되 너무 가깝지는 않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답게 살고 있다.

 

1년에 3:3:6타임,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인생 공식을 만들어가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의 '따로 또 같이' 라이프

 

책 표지에 써진 이 말이 이 책의 전부라고 하면 딱 맞다.

 

결혼을 했지만 3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6개월은 국제구호활동 현장에서 살아가는 원칙을 정해 놓음으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한국에서 생활은 안토니오가 서울로, 네덜란드에서 생활은 한비야가 네덜란드로 날아가서 생활한다.

서로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그 나라의 문명과 문화와 생활을 배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새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안토니오가 한국어를 배우는 가정이 만만치 않지만 최선을 다하며, 한비야는 네덜란드 언어보다는 영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다.

 

1. 우리의 '따로 또 같이' 결혼 생활

2. 오늘도 계획 중

3. 네덜란드 서울댁, 한국 안 서방

4. 혼자 있는 힘, 함께하는 힘

 

각 타이틀에 맞게 정해진 부제들은 부부가 교대로 써 내려간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한비야에 대한 안토니오의 글과, 네덜란드의 생활과 남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간 한비야의 글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이럴 바에 굳이 결혼을?' 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따로 또 같이'의 생활습관은 부럽다.

외식을 하고 선물을 할 때도 개인의 것은 개인이 계산하는 원칙은 둘 다 구호활동에서부터 생긴 습관이라고 한다.

심하다 싶을만치 '개인적'으로 생활하면서도 '같이'임을 확신하는 이들의 삶이 나는 부럽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내 것'을 강조하고 맞추기를 바라는 욕심이 아니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나 배우기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 청년들의 생각과 어른들의 생각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들 딸'을 나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을 버렸으면 좋겠다.

결혼이란 제도를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공동체'임을 인식하고 결혼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영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부부이다.

천주교 신자인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인인 우리가 본받을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한 부끄럽게 생각한다.

검소하고 절약과 절제가 익숙한 부부이지만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따뜻한 손으로 내밀어라'는 마음으로 남을 도움으로 자신이 고생을 하더라도 베푸는 것에 인색하지 않는 부부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날들'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하나님이 부르실 그날을 대비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여 시간이 지나면 업그레이드한다.

가족들을 위해, 사회를 위하여 자신의 남은 것을 사용하려는 것은 분명 앞선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육이 모두 강건하기를 소망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부부에게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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