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도리스 레싱
영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이란에서 태어난 작가,
1919년생이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연세이시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전체적으로 구시대적(?)인 내용이다.
읽으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이어서 분노와 한심한 생각이 나를 자극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내용일까...
작가에 대해서, 시대적인 배경을 제대로 알지 못한 나의 섣부른 생각이었음을 고백한다.
작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항상 책 마지막에 있다.
최종 후보 명단에서 하나 빼기
옥상 위의 여자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방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
19호실로 가다
11편의 단편소설로 짜였다.
놀라운 것은 소설의 내용이 남자와 여자,
적극적이고 당당한 남자와 소극적이며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당(?) 해야 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아름답고 멋진 여자를 마음만 먹으면 소유할 수 있다는 남자들의 생각과 행동,
남자로 인해 목숨을 연명해 가는 듯한, 그래서 남자를 유혹하고 남자에게 빌붙어서 살아가려는 여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젊음'이라는 이유로 성적인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글을 읽으며
차라리 동성애가 등장하는 글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19호실로 가다
매튜와 수전은 4남매를 키우며 평범한 보통의 가정을 꾸려간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자신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수전은 주어진 자유 앞에서 방황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집에서 떨어진 호텔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혼자만의 시간이 될 때, 악마가 자신을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
무엇을 해도 만족하지 못한 수전이 택한 것은 결국 허름한 호텔에서 하루 종일 혼자 안락의자에 몸을 흔들다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수전을 바라보는 매튜 역시 불안하기만 하다.
수전에게 애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혼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평화로운 가정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이다.
수전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 또는 악마가 자신을 덮칠지도 모르다는 사실은 어쩌면 매튜가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한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진다.
성이 개방한 사회라고 해도 내 남편과 내 아내가 다른 이성과 잠자리를 가지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배우자를 낙망하게 하고 참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매튜의 고백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지만 수전에게는 큰 상처로 남지 않았을까,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불안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허름한 호텔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수전을 보며 안타까움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행복하지 않고 자신을 외롭게 방치한다는 것은 분명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의 이유가 무엇인지, 남편의 외도 때문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 때문인지 모른다.
근본적인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상처는 덧나 자신을 가두고 만다는 것을 목도한다.
다행인 것은 이 책은 1960년대의 소설이다.
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때,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인 것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한 것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내게는 문화적 충격이다.
덕분에 여자와 남자, 우리가 지켜내어야 할 삶의 본질과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모든 환경과 여건,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기억하며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