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츠바키 문구점

여디디아 2020. 9. 7. 09:15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 권남희 옮김 / 예담

 

 

장마가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하는 대신, 살아갈 것들에 대한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게 하고

코로나란 전염병은 다시금 고개를 쳐들어 겨울에도 느끼지 못하는 오싹함을 느끼게 하던 날,

'책 3권'이 도착했다는 문자는 나로 하여금 봄꽃이 피어나는 화사한 기쁨을 느끼게 했다.

이모를 생각하며 책을 고르며 보낸 조카가 고맙다.

 

츠바키 문구점

메이브 빈치의 작품(그 겨울의 일주일, 비와 별이 내리는 밤)처럼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살아가는 이야기, 어제 있었던 이야기, 오늘 이어지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직하게, 비밀스럽게 펼쳐졌다.

 

아메미야 히토코는 선대(할머니)의 대를 이어 대필 업을 하며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하토코라는 본명 대신 포포라는 이름으로 작은 마을에서 대필을 하고 문구를 판매하는 아가씨다.

선대가 대필업을 하면서 포포에게 대를 이으려고 할 때 고등학생이던 포포는 할머니에게 반항을 하고 집을 나가 도시에서의 삶을 살아가며 고향을 잊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선대의 부음을 받았지만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다가 귀향을 하게 된다.

선대가 억지로 물려주려고 했던 대필업이라 생각하던 포포는 선대와 편지를 나누던 이탈리아에 있는 펜 친구의 편지를 읽고 난 후 선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되고 뒤늦은 후회를 통해 대를 잇는 일에 책임과 보람을 느낀다.

 

대필이란 것은 언뜻 생각하기엔 대신 글씨를 써주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포포는 대신하여 편지를 써주기도 하고 글씨 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카드나 인사장도 써준다.

글을 대신 써주기 위하여 준비한 문구용품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내용에 맞는 편지지는 물론이고 연필, 붓이나 만년필, 볼펜이나 샤프, 글씨의 색이나 굵기, 종이의 재질과 종이의 색상까지, 또한 우표의 종류와 의미, 봉투를 봉하기 위한 풀까지도 일일이 맞추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혼을 위한 청첩장, 이혼을 한 후 지인들에게 보내는 글, 거래처에 보내는 인사나, 연인에게 보내는 글 까지 다양한 글을 쓰면서 편지지와 펜과 우표와 때로 작은 장식까지 섬세하게 살피는 포포를 보며, 대필이란 것이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고, 상대방이 됨으로 글을 쓰는 처절하리 만치 노력하는 몸부림이 포함된다는 것을 본다.

 

'나도 지금까지 글씨는 사람 그 자체라고 믿었다. 촌스러운 사람은 촌스러운 글씨를 쓰고, 섬세한 사람은 섬세한 글씨를 쓴다. 얼핏 꼼꼼하게 보여도 대담한 글씨를 쓰는 사람은 성격에도 그것이 나타난다. 예쁘긴 하지만 어딘가 차가운 글씨도 있고, 단정하지 않지만 모닥불에 손을 대고 있을 때처럼 따스한 온기를 느껴지는 글씨도 있다.

 그런 식으로 글씨에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인품이 그대로 배어나온다고 나는 믿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p.144)

 

아름답고 지적인 카렌이라는 여자가 예쁘지 않은 글씨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것을 보며 포포는 자신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 사람을 위하여 정성껏 편지를 써주는 모습을 보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느껴본다.

 

대필가의 삶을 살면서 사람을 알아가며, 삶을 알아가는 포포는 선대에 대한 존경심을 편지로 써 내려간다.

'나도 당신처럼 대필가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필가로 살아갈 것입니다'(p.312)

 

일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포포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것일까.

속편이 있으니 기대를 해야겠다.

 

사람 사는 세상은 참 따뜻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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