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지유

지유의 여름방학

여디디아 2020. 8. 12. 11:01

 

 

 

지유의 첫 방학이다.

어린이집 방학이 8월 초에서 7월 말로 옮겨져 함께 가려던 캠핑도 못 가고, 엄마 아빠의 휴가도 흐트러졌다.

결국 엄마와 아빠가 사흘씩 휴가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세현이가 혼자 사흘을 지유와 보내려니 앞이 캄캄해진 듯하여 믿고 찾는 엄마에게 SOS를 청했다.

 

시어머니란,

결혼한 아들에게 오라가라 말을 해서는 안되고, 손주가 보고 싶다고 마음대로 달려가서도 안되고, 며느리의 냉장고를 마음 놓고 열어서도 안되며, 아들네 집 비밀번호를 물어서도 안된다. 

솔직하자면 아들을 결혼시키고나니 결혼한 아들도, 며느리도 아닌 손녀가 가장 그립고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천사 같은 손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까 하여 이 궁리, 저 생각을 한다.    

 

7월에 지유 이모 결혼식이 있어 결혼식에서 지유를 보고, 다음 주는 선이가 친구들과 처음으로 1박 2일 여행이라고 세현이가 지유를 데려와 지내고, 그리고 지유의 방학을 맞아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시무룩한 날을 보내던 서방은 작은아들과 낚시를 가고 싶지만 이 또한 해서는 안될 일이 아닌가 말이다.   아빠와 함께 낚시를 가고 싶은 건 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기와 신혼의 와이프를 두고 1박을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번 기회에 일타삼피를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들과의 낚시를 꿈꾸던 서방도 꿈을 이루고, 낚시를 꿈꾸던 세현이의 꿈도 이루고, 지유와 함께 잠을 자고 놀고 싶은 내 꿈도 이룰 수 있는 지유의 방학이다.

 

포천의 낚시공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예배 후 낚시터로 달려가 지유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세현이와 지유가 물빛보다 맑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빠가 세팅한 자리에서 낚싯대만 드리우고 물고기만 기다리는 세현인 밤이 깊은 줄 모르고 붕어를 낚아 올리고, 아들을 보살피는 아빠는 밤라면과 커피, 간식을 시간에 맞게 대접함으로 덩달아 행복해했다.

 

특별한 것은 나의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지유가 옥수수를 얼마나 좋아하고 잘 먹는지, 옥수수가 넉넉하지 않았다면 할머니와 손녀가 싸울 뻔했다.

하루에 세 자루를 먹고도 더 찾는 지유를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얼마나 대견한지.

"내 새끼가 맞는구나" 이러면서...

 

사흘을 우리 집에서 지내는데 울지도 않고 잘 논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 바람을 쐬야 한다며 할미가 손을 잡고 나가고, 낮이면 낮이라서, 저녁이면 또 저녁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만 나가니, 우리 집만 다녀가면 지유가 밖에서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단다.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한 마디씩 하는 것이 어찌나 이쁜지.

"할미 할비"를 연거푸 외치며 엄마도 찾지 않는 것을 보니 기특하기만 하다.

 

둘째 날 밤, 지유를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불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이라고 하니 갑자기 "엄마~"라며 울먹한다.

깜짝 놀라 자장가를 찬양으로 바꾸었고, 엄마라는 단어는 금지어가 되고 말았다.

 

소리 없이 강한, 천생 여자의 모습인 지유가 노는 모습은 선머슴애이다.

어린이집에서도 골목대장이라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니 감사할 뿐이다.

 

곰살맞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집안을 꽉 채우던 지유가 떠나던 날,

내 마음도 날개가 부러진 듯 허전하다.

 

할머니란 자리는 축복의 자리이다.

 

사랑하는 지유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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