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지유

재택근무

여디디아 2020. 12. 22. 16:00

12월 8일 지유네 집
15일~17일 할머니네 집
22일 지유네 집

 

 

코로나 19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외국에서 새롭게 출시된 신차의 이름인 줄 알았다.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아이들 주머니에 넣어주고, 1학년이 될 인아를 축복하며, 나 또한 다시 1학년의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중에, 코로나 19는 학교에 가서도 안되고, 친구를 만나도 안되고, 손을 잡아도 안된다는 사실과 교회에서 예배도 드릴 수 없다는 엄청난 사실 앞에 아연했었다.

겨울을 지나 해빙기가 될 쯤엔 곧 끝나리란 생각에 그동안 못한 캠핑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즐기기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4월 초, 독일로 유학을 떠난 조카가 집으로 돌아오고, 동생네 세 식구가 우리 집으로 격리를 하고, 대구로 출장을 다녀온 세현이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나는 좀 불안해지기도 하고 두려워지기도 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단풍잎을 물들이던 날,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듯 했고, 내 신앙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들어져 가고, 코로나에 대한 긴장감도 서서히 지쳐감으로 어느새 방심한 것은 나뿐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확진자가 하루에도 1000명을 넘다보니 어린이집도 학교도 봉쇄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엔 돌봄교실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인아는 일 년 내내 학교에서 지낸다.

아침에 등교를 하여 온라인 수업을 하고 점심식사 후엔 돌봄 교실에서 선생님의 보살핌 속에서 친구들과 지내다가 엄마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어린이집은 돌봄이 가능하지 않아 지유가 갈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아빠와 엄마가 일주일을 나누어서 재택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재택근무라는 것이 출근과 퇴근을 하지 않을 뿐,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해야 한다.

 

코로나 19는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행사나 개업을 해야하는데 이 상황에 계획된 행사는 취소해야 하고, 개업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지유를 돌봐주어야겠다는 마음에 출근길에 지유네로 향했다.

눈은 컴퓨터에, 입은 핸드폰에,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벨 소리에 정신없는 아들과 뽀로로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지유를 보는데 마음이 애잔하기도 하고 찡하다.

아이는 아이대로 사람이 그립고, 아빠는 아빠대로 일과 육아를 감당하느라 지쳐간다.

아빠만이 아니라 엄마는 또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일에, 육아에, 살림까지 같이해야 하는 현실에, 다시 아기를 낳을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 세현이와 지유가 우리집으로 왔다.

화요일에 있을 중요한 화상회의 때문에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목요일까지 우리집에 있다가 돌아가고 나니 걱정이 앞서 오늘 아침에 서둘러 지유네로 향했다.

추위에 출퇴근할 선이를 위해 한끼라도 해결해주고 싶어 닭볶음탕을 준비하고, 겨울이면 생각날 김치전을 준비하고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아들을 위해 야채샐러드를 준비했다.

 

할머니를 반갑게 맞이하는 지유를 보니 역시 사람이 그리웠던 게다.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

이놈의 코로나,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쯤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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