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20 올해의 문제소설

여디디아 2020. 5. 7. 10:51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2020 올해의 문제소설

 

오물자의 출현 - 강화길

기괴의 탄생 - 김금희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 김사과

신세이다이 가옥 - 박민정

동경 너머 하와이 - 박상영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 백수린

밤이 지나면 - 손보미

남은 기억 - 윤성희

버킷 - 윤이형

내일의 연인들 - 정영수

보내는 이 - 최은미

아주 희미안 빛으로도 - 최은영

 

새해가 되면 기다리는 책이 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는지(문학가들 사이에) 이상 문학상이 출간되지 않고 대상자가 절필을 하느니 어쩌니 하는 언짢은 소식이 우울하게 했다. 무엇 때문인지 독자가 확실하게 알 필요가 없는 것인지, 특별한 변명을 들려주지 않은채 책이 출판되지 않았다(출판되지 않은 것 같다).  씁쓸하다.

 

올해의 문학상은 현대문학을 강의하는 교수들이 추천과 심사를 하고, 작품 마다 해설을 곁들임으로 독자들이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줌으로 더욱 좋다.

 

'올해의 문제소설' 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소설로 펼친 글이다.

정말 없으면 좋을 일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 나에게는 피해갔으면 하는 문제들,

그러나 누구에게든 뜬금없이 닥치는 문제들이라 가볍게 읽고 넘어갈 내용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 가족이, 친구가, 이웃이 편안하고 안녕하길 바라는 욕심과 바람이기 때문이다.

 

2020 올해의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 역시 '문제'가 주제가 되었다.

남의 일인 듯한 일들,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

외면하고 싶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현재진행형인 일들이다.

안타까운 마음과 분노하는 마음, 잘못인줄 알면서도 털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질긴 미련 같은...

때로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때론 함께 기뻐하기도 하고 부끄러워도 할 일,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작가들의 섬세한 마음과 떨리는 손으로 쓰여졌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연예인의 자살과 방심하며 방관하며 은근히 즐기는 사람들,   

떳떳하지 못한걸 알면서도 이어가는 남자와 남자의 육체적인 사랑,

암이 재발하여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의 처절함,

부모의 이혼으로 외삼촌네서 자라야 하는 유년의 마음,

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부모를 찾아오는 청년의 서러운 마음,

여자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게 경홀히 여겨지는 치사한 현실...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곳이 있었다.

윤성희의 '남은 기억' 중에서..

'손자가 운동선수처럼 튼튼한 남자가 될 거라고 상상하는 걸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딸은 몰랐다'(p.280)

교통사고로 아들과 며느리를 하루아침에 잃고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가 운동선수들의 유니폼을 손으로 세탁하는 모습을 본 딸이 힘드니까 그만두라고 할 때, 할머니의 마음이다.

 

글은 이렇게 잠자는 마음을 깨우고, 남의 일이지만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묘한 힘이 있다.  

수록된 모든 작품이 보석처럼 빛이 난다.

 

제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질서 속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