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여디디아 2019. 3. 15. 16:07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윤 이 형 / 문학사상 

 

'이상 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한국의 가장 오랜 그리고 으뜸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것은 이 규정에 따른 심사의 공정성과 작품성에 있다.

 

매해 1년 동안의 중단편소설을 모아 심사를 하고 후보를 정하고 다시 대상을  뽑는 이상문학상

우리나라에 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이상문학상의 권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이상문학상의 수상자가 누구일까, 어떤 작품일까를 궁금해 하는 것은 그만치 기다린다는 뜻일게다.

 

대상수상작

윤 이 형 -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우수상 수상작

김 희 선 - 해변의 묘지

장 강 명 - 현수동 빵집 삼국지

장 은 진 - 울어본다

정 용 준 - 사라지는 것들

최 은 영 - 일 년

 

이상문학상을 읽으면 현재의 우리가 어느 곳에서 어떤 모양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보인다.

글은 곧 '지금의 나'를 나타내기도 하고 내 주변을 이야기하기도 함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밝고 따뜻하고 풍요롭다면 소설 또한 따뜻하고 풍요로워 나누고 베푸는 내용이 될 수도 있을게다.

어느 순간은 이혼이 유행처럼 번져 글의 내용들이 모두 깨어진 가정들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모든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쩔쩔매며 분노하고 억울해 하기도 했었다.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다르지 않다.

어느 때 보다 분명하게 시대의 흐름을, 위태로운 삶의 방향을, 외로운 인간의 군상들을 낱낱히 드러낸다.

인간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심사위원들에게는 이번 작품이 흡족하지 못하다는 심사평이 나왔지만, 나에게는 가장 좋은 소설로 다가온다.

어느 한 작품도 거스릴 수 없고 대상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감히 어디다 비교를 할까마는 일단 소설의 내용이 깊이 공감되며 쉽게 이해하기 때문이란 것을 말한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정민과 희은은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가지지 않았다. 부모님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고 싶지 않았다.  정민과 희은이 예기치 못한 임신이 되고 책임감을 느낀 둘이 결혼을 하게 되고 초록이라는 아들을 낳게 된다.

중학교 국어교사를 소망하던 정민은 결혼 후 아이를 돌보며 번번히 임용고시에 낙방을 하고, 희은은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하여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꿈을 잃어가는 정민과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삶 속에서 허덕이던 희은은 어느 날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자유하기를 원하고 이혼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고양이가 죽었을 때는 가족(정민과 희은과 초록)이 함께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하였지만

두 번째 고양이가 죽었을 때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양이의 죽음을 맞아 가족이 함께 모여 각자의 생각을 하며 옛 일을 생각하고 다시 살아갈 일을 그려내는 모습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자유가 아닌 구속이라고 하더라도, 제도에 묶여 자신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결혼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이고 자녀를 생산함으로 후대를 이어가는 거룩한 사명이란 것을 망각한채,

오직 '나'의 '꿈'과 '나의 것'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며 어쩐지 슬퍼진다.

더욱 슬픈 건 현재 우리사회가 그렇게 진행되어진다는 사실이다.

 

'해변의 묘지'에서는과테말라 청년의 난민자격을 파헤치고 있으며

'현수동 빵집 삼국지'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몸부림과 체인점의 약한 모습, 경쟁으로 인한 치열함이 나타나고

'울어본다'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여자의 두려움과 외로움과 허무함,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묻어나 있다.

'사라지는 것들'은 3살난 아이의 죽음으로 인하여 해체되고 분해되는 가정을 보여준다.

아이를 돌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유치원 통학버스에 깔려 숨진 손녀로 인해 평생을 자책하며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아내의 눈치를 살피느라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는 남편의 조바심과 슬픔이 안타깝고 처절하다.

최은영의 '일년'은 직장생활 속에서이 은근한 따돌림으로 인해 의욕을 상실한 직장인의 고충을 그려낸다.    

 

개인적으로는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과 장강명의 '현수동 빵집 삼국지'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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