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18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여디디아 2018. 2.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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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이상문학상작품집

 

손 홍 규 외 / 문학사상

 

손홍규 -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손홍규 - 정읍에서 울다

구병모 -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방현희 -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정지아 - 존재의 증명

정   찬 - 새의 시선

조해진 - 파종하는 밤 

 

올해 수상자는 손홍규 작가이다.

낯익은 이름이지만 여전히 낯선, 그러나 '정읍에서 울다'를 어느 책에서 읽었기에 낯섦은 다시 익숙해짐으로 바뀌었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젊고 어렸던 시절, 남아도는 것이라곤 힘 뿐이고, 자랑할 것이 없어서 허세만 부리던 청년들은 널찍한 등판에 뱀을 그리고

근육이 우락부락한 팔뚝에 호랑이를 그리고, 힘줄이 시퍼런 손목엔 장미꽃을 새겨넣으며 젊음을, 인생을 인정받고 싶어 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만가만히 흐른 뒤, 가정의 필요를 알게되고, 자식이 주는 기쁨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새겨진 호랑이와 뱀과 장미꽃을 지우느라 삶의 여정을 다시금 배운다.

 

한때 불한당이었던 그들이 술집에 앉아 호기롭게 술을 마시는 그때,

왼쪽 팔에 완장(상장)을 맨 남자가 들어와 술을 마신다.

깍둑머리와 채 지워지지 못한 문신 조각들만큼이나 어설픈 그들은 상주라는 이유로 젊은이를 측은히 바라본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상주에게 다가가 술을 따르기도 하고, 젊은이의 슬픔에 기꺼이 동참하는 슬픔도 나눈다.

 

젊은이가 나간 자리에 늙은 남자가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술잔을 들이키며 늙은 남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내민 손을 잡아주지 못한 죄책감, 아들 딸과의 관계가 멀어짐으로 삶의 정체성까지 불분명해졌으며

병이 들어 죽어가는 자신을 아내조차 외면하는 현실에서, 언제인가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서글픔,

남은 시간이라도 선하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어쩐지 서럽다.

 

식당에서 일을 하다 병원 구내식당으로 취업한 아내 순희,

병든 몸으로 누운 남편이 어쩌면 그대로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은 감히 누가 이해할까만..

어쩐지 나는 이해가 되었으니...

아들과 딸 조차 부모를 원망하며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치매인 시어머니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또한 서럽다.

어느 곳에서나 갑과 을의 관계, 종속간의 관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서글프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읍에서 울다가 훨씬 마음에 닿는다마는...

 

세월이 흐를수록 책의 내용이 적어지고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 것이 내겐 더 큰 서글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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