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여디디아 2017. 2. 14. 17:24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 효 서 / 문학사상

 

 

기다리던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소식에,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예약했다.

그래서 1판 8쇄의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누군가 내게 선물을 보낸듯이 반갑고 기뻤다.

가난한 통장에서 이체되었지만 책을 받을 때는 늘 이체된 사실을 잊은채로 마치 선물을 받는 것처럼 받을만치 나는 단순하고 기억력 또한 바람이 불면 지워지는 간당간당한 봄꽃 같다.  

 

대상

풍경소리 - 구효서

모란꽃 - 구효서(자선대표작)

꾸준히 꾸물거리다(나의 문학적 자서전)

 

우수상

스마일 - 김중혁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 윤고은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 이기호

눈 속의 사람 - 조해진

코드번호 1021 - 한지수

 

이번 작품집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어편의 소설이 줄어들어서 아쉽지만, 윤고은, 한지수라는 작가를 새롭게 만나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다.

 

풍경소리 - 구효서

나(미와)는 나노(블록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여성이다.

미혼모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생크림과 휘핑크림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만드는 엄마와 아버지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살아간다.

어린 '미와'를 집에 남겨둔채 엄마는 생크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전국으로 출장길에 오르게 되고 그때마다 어린 미와에게 레고를 사주곤 한다. 덕분에 미와는 레고가 있음으로 친구가 되고 마음이 안정되고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레고를 쌓는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므로 레고만 있으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엄마가 연하의 미국남자와 재혼을 하여 미국으로 간 후에도 미와는 특별한 것을 느끼지 않은채 살아가는데 어느 날 미국에서 엄마의 연하남편의 전화를 받게 된다.

병으로 죽은 엄마를 따라간 고양이 '상철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미와는 엄마의 부재를 깨닫게 되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찾게 된다.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친구 서경의 말에 미와는 성불사를 찾게 된다.

성불사에서 스님들과 보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속에서 미와는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서울에서 왔다'라는 대답을 하고는 스스로 되묻는다.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자신을 사랑하며 붙잡으려는 남자와 친구와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온 것인지, 24년간 엄마와 고양이 '상철'과 레고와 살아온 대전에서 온 것인지, 엄마의 자궁에서 온 것인지, 미지의 그 어느 곳에서 계획되어진 생으로 온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성불사의 풍경소리를 들으며 미와는 상실에 대한 아픔을 치유하고, 연필이 굴러가는 소리를 통해 단절된 소리(노트북, 핸드폰 등)에서 벗어나 태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로인해 상실의 자리에 또하나의 얻음을 깨닫는다.

솔직히 처음엔 내용을 이해하기가 모호했지만 읽을수록 감칠 맛이 나는 것이 역시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어졌다.

 

이번 수상작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기호-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라는 소설이다.

글을 읽는데 어쩐지 어디서 읽은 것 같은 내용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기호는 요즘 내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이며 그의 글을 읽으려고 살피는 중이라 작품을 생각하느라 돌덩이 같이 단단한  머리에거 기억을 캐내느라 한동안 애썼다. 

내용이 깊어감에 "앗~차"라며 무릎을 쳤다. 

며칠전 읽은 황순원문학상에 '이기호- 오래전 김숙희는'이 생각난 것이다.

읽고보니 연작소설이다.  따로 따로 발표했지만 내용이 하나로 이어지는 소설 말이다.

그것을 깨닫게되니 소설이 더욱 즐거워지고 내용이 궁금해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연작들은 후에 하나로 묶어서 발표하기 때문에 이런 경험은 쉽지를 않다.

이것이 바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알게 되는 쾌감이며 자뻑이다.

후후훗..  (교만이다).

 

뭐니뭐니해도이번 문학상의 별미는 '작가론이다.  작가가 본 작가' 이순원 소설가의 글이다.

'이 좋은 날의 품앗이, 혹은 빚 갚기'

 

"야, 클랐어"

라는 전화를 받은 순간 이순원은 이미 구효서의 당선을 느꼈다고 한다.

두 달 전 녹색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고 구효서에게 "야, 클났어"라는 첫 마디로 작가론을 부탁했는데

이상문학상 당선 소식을 듣고 구효서 역시 똑 같은 첫 마디로 작가론을 부탁한 것이란다.

 

넉 장을 빼곡하게 쓴 작가론은 작가론이 아니고 두 사람의 우정론이라 말하는 것이 맞겠다.

문단에서의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

두 작가의 우정이 너무나 깊고 달큰해 보는 나로 하여금 한없는 행복함에 도취되게 만든다.

 

'그의 이번 수상을 내 일처럼 마냥 기뻐하며 축하하는 것이다'라는 두 작가,

비슷하게 나이를 먹는 친구가 있어서 ,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비슷해져가는 친구가 있어서 더욱 즐겁다는 두 분의 주고받는 우정이  소설의 어느 내용보다 즐겁고 유쾌하고 감동으로 읽혀진다.

 

마침 이 즈음에 친구로부터 받은 고백이다.

" ㅇㅇ년 평내교회에서 너 하나 만난 것으로 행운으로 생각한다"  친구의 문자를 받고보니

이 두 분의 우정이 부러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게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행복하다.

 

2017년 이상문학상은 소설의 내용보다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또 다른 의미의 책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멋진 싯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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