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여디디아 2017. 2. 6. 16:03

 

선 릉 산 책

 

정  용  준 / 중앙일보 문예중앙 

 

 

 1년동안 기다리는 책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 중 한 권인 황순원문학상 수상집..

반갑고 기쁜 마음은 오래된 좋은 친구를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듯 하다. 

 

올해 수상자는 정용준이다.

이름도 처음 들었고 그의 작품도 처음인데다가 또한 새파랗게 젊은데다가 인물 또한 착하다.

오랫만에 좋은 소설가를 만나고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사실은 기분좋은 일이며 뭔가 든든한 것을 얻은 듯하다.

 

어느새 16회를 맞이한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과 우수작은 다음과 같다.

 

수상작 : 선릉 산책 - 정용준

 

우수작

권여선 - 당신은 알지 못하나이다 

김금희 -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김   숨 - 읍산요금소

김애란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기호 - 오래전 김숙희는

정미경 - 새벽까지 희미하게

최은영 - 먼 곳에서 온 노래

최진영 - 하룻밤

 

선릉 산책..

'나'는 우진형의 부탁으로 하루 알바비 10만원을 받고 장애우 한두운을 하룻동안 케어하게 된다.

말을 하지 않아 벙어리인줄 알았던 한두운, 마음대로 움직이고 마음대로 걷고 마음대로 자해를 하는, 감당하기에는 벅찬 그런 장애우이다.

이모가 맡아서 키우는 한두운은 먹는 순간에는 정말 미친듯이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주변의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채 자신만의 소리를 지르며 도로변에 드러눕기도 하고 아무 곳에서나 침을 뱉아낸다.

그런 그를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나 그러하듯이 멀리하며 배척한다.

 

한두운을 케어하는 '나'는 한두시간이 지나자 벌써부터 후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두운을 데리고 선릉역 근처에 있는 선릉에 가기로 한다.

선릉에 도착하자 한두운은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어느순간 안도하는 듯 하며 신기하게도 모든 나무의 이름들을 척척 알아맞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무의 이름표를 들여다보면 한두운은 실수하지 않고 정확하게 나무들의 이름을 맞힌다.

그런 한두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는 한두운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어쩌면 그는 지나치게 외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한두운이 청소년들의 무리속에서 폭력을 당하게 되는 순간, 한두운의 권투 실력이 남다른 것을 알게 되며 '나'는 문득 한두운이 친구처럼 여겨지는 것을 느낀다.

 

이 글을 읽으며 한두운이라는 청년의 장애가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진다.

작가인 정용준 자신이 어릴적 말을 많이 더듬어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는 것을 밝힌다.

그런 장애를 이해하며 치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써내려간 작품이 아닌가 싶어진다.

 

물론 남의 이야기이기에 쉽게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도 직접 생활하며 살아보지 않고는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내내 주위의 사람들이 그를 더욱 고립시키고 장애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돈으로 그 사람의 시간을 벗어나고 눈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자유할 수 있다고 느끼는건 내 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까?

'나'가 선릉에 데리고 가서 산책을 하는 순간 한두운은 누구보다 행복해 하는 것을 본다.

어려운 나무의 이름을 맞히고 복싱선수처럼 날렵한 몸짓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보면 그는 충분히 장애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 같다.

글을 읽을며 장애우들에 대한 나의 편견을 돌아보고, 한두운의 매임이 너무나 안타깝고, 보통 사람들이 장애우를 대하는 편견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용준의 -안부-라는 작품이 실려 있는데 역시 줄거리도 좋고 내용도 알차고 재밌고 공감이 간다.

군대에서 죽은 아들의 억울함을 파헤치려는 엄마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처럼 거대하지만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은 2년을 냉동실에 넣어둔 아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뿐이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게 와 닿는다.

 

권여선, 김 숨, 김애란이 작품은 이미 읽은 작품이지만 다시한번 읽게되니 좋다.

단편이 실린 책의 문제점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읽은 작품들이 거푸거푸 들어 있다는 것..

아무래도 또 두서너번은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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