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 - 마음의 부력

여디디아 2021. 3. 24. 11:17

 

이상문학상 작품집

 

마음의 부력 

 

이승우 / 문학사상

 

 

사람 사는 세상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 또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2020년 이상문학상이 출간되지 않았다.

'문학'을 하는 분들의 '문제들' 이 불거졌나 보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없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해마다 기다리는 책이 출간되지 않은 것은 서운한 일이었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독자들에게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2021 제44회 이상문학상은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가장 분명한 것은 내용이 얇아졌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책값은 오르고 내용은 줄어들고...

 

이번 대상 수상작은 이승우의 '마음이 부력'이다.

 

부력- 물속에 가라앉은 물체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것

 

먼저 작가는 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신학을 공부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감사한 것은 신학과 신앙에 대한 마음가짐이 비뚤어지거나 헝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음의 부력에서는 창세기에 나오는 에서와 야곱을 비유로 들었다.

 

형(성준)과 나(성식)은 어릴 적부터 서로 다른 성격과 기질로 자라난다.

에서와 비교되는 형은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며,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이것저것을 시도하다가 빚만 지게 되고 끝내 자살을 택한다.

동생은 형과는 다른 모습으로 어릴때부터 모범생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받게 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대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며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간다.

 

형이 죽고난 후 어머니는 신앙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형에 대한 마음의 빚을 죄인처럼 안고 살아간다.

며느리와의 전화에서 '빌려간 돈을 돌려달라'는 말로 성식 부부를 놀라게 한 것은 형 성준의 빚에 대한 어머니의 미안함이 담겼고 결국 리브가가 야곱을 사랑하듯이 성식을 사랑한 어머니는 형의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치매의 길로 들어선다.

 

'어머니는 야곱을 사랑했다. 어머니 리브가가 큰아들인 에서를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단지 작은아들을 사랑했을 뿐이다. 한 사람을 사랑했을 뿐인데 다른 누군가가 사랑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사랑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은 역설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행위와 같은 것이 된다. 이긴 사람이 호명되면 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호명되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P.37)

 

이 소설은 에서와 야곱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리브가의 야곱에 대한 편애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지만 그것을 믿는 것이 또한 신앙이다).

나 또한 두 아들을 키웠기에 소설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생각과 아들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어쩌면 둘 중 한 아들이  소외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둘 다 엄마의 사랑이 큰아들에게, 작은아들에게 쏠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혼자 남은 어머니는 마음의 빚으로 인해 현실을 망각하고 혼자만의 세계인 치매로 걸어간다는 사실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작가가 존경한 작가는 이청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는내내 이청준의 무게가 느껴졌다.  

깊고 우묵한 것, 쉽게 지나가지 않고 마음을 붙드는 것이 닮았다.

 

우수작으로

박형서  97의 세계

윤성희  블랙홀

장은진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천운영  아버지가 되어주오

한지수  야(夜)심한 연극반

 

좋은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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