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박두진문학길

여디디아 2020. 4. 28. 11:15

경기 안성시 금광면 오홍리 산 37-2

 

 

청록뜰 박두진 시인의 흉상

 

청록뜰앞 수변데크

 

혜산정으로 가는 숲길
혜산정
강변빼리라는 식당... 둘레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한다

 

군데군데에 걸린 싯귀

 

 

코로나 19로 인해서 그동안 못한 여행과 캠핑을 마음껏 즐겼는데 슬슬 마무리할 때이다.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로 둘레길이 좋은 곳을 헤집고 다녔으니 이젠 서방을 위해 낚시터에 한 번쯤 가~주는 것으로 긴 캠핑과 여행의 뿌듯함을 안겨줄 때란 것을 나의 인격이 알고 양심이 알고, 성격이 알고, 지식이 알고, 예의가 알고, 신앙이 알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통밥'이라는 것이다.

(통밥 한 단어만 쓰면 될 것을 잘난 척 하기는!!! 약이 없다).

그리하여 떠난 곳이 몇 년 전에 가서 토종붕어로 재미를 보았던 안성에 있는 회암지였다.

회암지로 정하고 이를 잡듯이, 쥐를 잡듯이 인터넷을 뒤져 박두진 문학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10 단위의 숫자 덧셈과 뺄셈을 아직도 더듬거리는 내가 어쩌자고 이럴 땐 전자계산기보다 빨리 머리가 돌아가는지,

그 민첩성과 재바름과 실속다지기를 현실에서도 적용했다면 통장에 숫자가 조금 더 높았을 것을...

 

기다린 듯이 날씨는 차가워서 자연산 붕어가 모인다는 회암지에서는 다른 낚시꾼들이 붕어를 낚아 올리고, 서방의 낚싯대 위로는 무심한 물결이 출렁이고, 붕어를 잡아서 동생네와 붕어찜을 해 먹자던 서방의 입엔 연거푸 '사기를 당했네, 어쩌네'가 붕어 대신 달려 나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고 안에서 나오는 것이 더럽다는 성경구절이 얼마나 옳은 말씀인지 깨닫게 하는 은사를 발휘하고, 결국은 허탕만 쳤다는 뻔~한 이야기이다.

 

텐트 안에서 영상예배를 드리고 살랑살랑 불어주는 봄바람에 텐트를 말리고는 박두진 문학길로 나섰다.

낚싯터에서 문학길까지는 10킬로미터인데, 네비에 찍히지 않아서 애를 썼다.

금광호수는 얼마나 큰지, 끝이 보이질 않고 어느 방향으로 돌려야 옳은 길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갓길에 정차를 하고 다시 누군가가 친절히 써 놓은 주소를 찍고서야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청록파 중 한 분이신 박두진 시인,

청록파가 누구누구더라?

박목월, 유치진, 김소월, 박두진?? 유치환??

내가 알고 있는 시인들의 모든 이름을 들썩거려 보다가 결국 검색을 하고서야 무지한 내 지식이 창피스러웠다는 것이다.

청록파 시인은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세 분이며, 박두진 시인의 호는 혜산이라는 사실까지 처음인 듯이 알게 되었다.

 

잘 가꾸어진 수변데크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의 생명력에 감동하며, 새봄에 새순을 내놓은 나무들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비록 세상은 바이러스로 인해 웅크리고 있지만 자연은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람을 기다리고 있음을 우리는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수변데크 곳곳에 시구가 적힌 말풍선들이 색색으로 걸려 있고, 시인의 시가 끝이 없이 걸려 있다.

노랫말로 들은 시, 귀에 익숙한 시, 처음으로 대하는 시...

시를 읽으니 마음까지 말랑거리고 봄바람에 휘저어가는 버드나무 잎처럼 연해지고 잠시 동안 '내'가 착해진다.

이래서 시를 읽고, 수필을 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보다.

착하고 순한 마음이 내게도 있었던가 싶어 져 당황스럽다.

 

수변데크가 끝나고 청록뜰로 이어지는 길은 숲 속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비탈진 길을 헉헉대다 보니 청록 뜰이라는 작은 공원이 나온다.

박두진 시인의 흉상과 詩卑가 흉상과 함께 동그라니 모여 발길을 잡고 다시금 시를 감상하게 만든다.

청록 뜰 앞 강엔 데크와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 쉴 만한 벤치가 나란하여 연인들이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헤픈 웃음도 함께 날린다.

 

청록 뜰에서 혜산 정으로 가는 길은 오붓한 오솔길로 이어지는 숲길이다.

황토흙 위에 웃자란 나무들이 펄럭이고, 맑은 공기를 맞으며 아가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키를 키우고 마음을 키운다.

혜산 정에서 다시 수변데크를 걸어 입구로 오는 길엔 또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착해진 마음 위에 풍요로운 富를 쌓게도 한다.

 

깨끗하고 조용하며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곳곳에 시인의 시가 가득하게 때문일 것이다.

시에 푹 빠져 늦게 시인의 길로 들어선 동생과 봄꽃처럼 화사한 준경이와 꼭 다시 오고 싶어 지는 마음을 어금니 꽉 깨물고 다짐했다.

 

봄은 참 좋다.

이 좋은 봄에 시 한편 읽어보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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