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예당호저수지

여디디아 2020. 4. 6. 14:43

 

 

 

 

 

 

 

 

 

 

 

 

 

 

 

지난번에 멀~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예당호저수지를 택한 건, 4월이라 낚시를 시작해도 무리없다는 생각이었고

한번 나왔던 곳이 다시 나왔으니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서방의 '선택의 여지 없음'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필이면 날씨가 0도라고 하니 아무래도 붕어는 물 속에서 자맥질도 못할 것 같다.

 

토요일 오전, 사무실에서 급한 현수막을 전달하고 10시 30분에 예당저수지를 향하여 출발했다.

무조건 세시간 이상을 달려야 했다던 서방이,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소리에 놀랄만치, 가는 길은 이어지고 갈라지고, 다시 들어서고 다시 휘돌고, 그런가하면 다시 빠지고 들어서기를 여나믄 차례, 봉담에서는 오른쪽 길을 가리키는 김양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가 한바퀴를 빙 돌아서 다시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헤프닝까지 벌였다.

 

예당저수지를 향하는 길은 고속도로 보다는 전용도로를 많이 달렸는데, 올라오는 길은 서해고속도로에서 시작하여 몇번의 움직임 끝에 집으로 왔는데, 행담휴게소쯤에서 정체를 한 것 외에는 대체로 밀리지 않고 돌아왔다.    

밀린 길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만에 집으로 왔으니 이 정도는 선방이다.

 

예당저수지에 도착하니 출렁다리엔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입구를 막아 놓았다.

미리 알고 간 것이니 미련없이 지나고, 낚시를 할 만한 장소, 텐트를 펼칠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벚꽃이 가득한 길을 돌았다.

저수지 군데군데 좌대가 오도마니 놓였고, 수양버들이 물 속에서 연둣빛으로 입을 삐죽하게 내민 모습이 얼마나 화사한지.

벚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내려오는 동안 마음 가득하게 차오를 만치 구경했으니 꽃구경까지 겸했다.

 

저수지를 돌다보니 낚싯군들이 모인 섬이 동그랗다.

버드나무가 우거진 곳에 듬성듬성 차들이 서 있고, 추운 날씨에도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보인다.

낚시도 할 수 있고 텐트도 칠 수 있는 곳, 여유로운 곳에 들어서니 사회적거리는 100미터이다.

넓은 공간에 사람이 많지 않아 고르고 골라서 자리를 차지하고 텐트를 펼치고 낚싯대 하나를 물에 던져 놓았다.

결국 날씨가 추워서 떡밥 하나도 달지 않고 낚싯대만 물 구경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삼겹살과 미나리를 준비했는데, 이런~~ 불도 있고, 고기도 있고, 채소도 있고 김치도 있는데... 후라이팬이 없다.

불을 피워 굽자니 철판이 없고, 돌을 달구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가 없으면 잇몸' 이라고 코펠에다 고기를 굽기 시작하여 나중엔 돼지기름으로 삼겹살을 튀겨 먹었다는 사실이다.

삼겹살 한근이 부족한 듯 하여, 햇반 하나를 쏟아부어 김치와 채소를 섞어서 밥을 볶으니 역시 별미다.

 

식사 후 생태공원에서 시작하여 출렁다리까지 예당호를 걷기 시작했다.

5.4km의 거리에 데크가 물 위에 놓여진 길, 구불구불하게 놓여진 데크, 중간중간 놓여진 쉼터, 사과로 만든 조형물과 저수지에 떠 있는 좌대위의 강태공들이 세상 시름을 잊은 듯 하다.

길이 얼마나 예쁜지, 걷는내내 탄성이 끊기질 않는다.

이 길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을까를 생각하다가, 이 일을 함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여유를 찾았을까를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봄 물결위에서 일렁이는 버드나뭇가지와 함께 출렁거린다.  

데크로 된 길이라 다리에 무리가 없고 무릎에도 무리가 없어서 좋은데, 돌아오는 길에 발목이 아팠다.

 

외출을 하지말라는 정부 지침에 순종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질 않고, 나처럼 뺀질이만 여행으로 신난 듯 하다.

마주치는 사람은 적고, 길은 예쁘고, 시간은 남아 돌고, 기분은 봄바람에 실려 두둥실한걸 보니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출렁다리 400미터를 남기고 몇 차례나 돌아가자던 서방의 말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서 돌아섰다.

왕복 10.9키로미터의 거리이니 10킬로 정도 걸은 것 같다. 

길을 걷는 내내 흐린낮달이 함께 걷는 것도 무람 없는 즐거움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밤이 걱정인데, 밤에는 바람도 잔다는 서방의 말을 믿어본다.

든든한 점심이어서 저녁을 패스해도 될 것 같은데, 밤이 두려워 라면에 콩나물과 버섯과 파와 마늘을 넣고 모닥불 앞에서

흡입했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화로를 준비하고 각목을 잘라서 준비했는데, 주변에 쌓인게 썩어가는 나무라는 것..

아침에 혼자 일어나 다시 불을 피워 불놀이를 하는 즐거움도 가졌다.

 

밤이 되니 날씨가 많이 춥다.

수면잠옷을 입어도 추워 새벽녘에는 난로를 피우고 잤는데,

'이러다 눈을 뜨면 어느 병원이면 어쩌지?'

'추운날  말 안 듣고 여행가서 텐트 속에서 가스로 질식한 60대 부부'라고 신문 한모퉁이를 차지하면 어쩌지?'

걱정으로 인해 기어히 난로를 껐는데 침낭을 혼자 돌돌 말아서 잠을 못 잤다는 서방은 아침이 되어 난로를 켜둔채 다시 아침 잠을 잤다.  

 

예당저수지.

저수지 둘레를 데크로 길을 만들어 물 위를 걷는 기분은 걸어봐야 알 수 있으니 꼭 한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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