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코로나19

여디디아 2020. 4. 17. 18:21

자가격리 중인 준후... 2층에서 아래로 향해 누나와 대화

 

동생에게 커피를 배달하고 1층에서 동생과 대화하는 누나
동생과 산책중에 만난 분홍 벚꽃이 이쁘다.

 

 

코로나 19가 우리 삶의 본질을 바꾸어 놓았다.

어쩌면 예전처럼 자유롭던 세상으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마어마한 현실이 또한 두렵다.

자유로운 그때,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비비적거리고, 더 많이 만질걸...

모든 것이 조심에 또 조심스러운 날이 길고 지루하게 이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을 떠나던 사람들이, 한국이 가장 안전하다고 돌아오는가 하면,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이 피난처라 생각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은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음으로 이미 감사했으리라.

한국의 코로나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던 때부터 해외에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작년 여름에 다니던 직장을 내려놓고 독일로 떠난 준후도 학교와 학원이 문을 닫아걸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조차 견디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는 곧 집으로 돌아와야 함을 뜻한 것이다.

거의 끝난 학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젊은 청년의 꿈에 분노를 느끼게도 했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어찌해 볼 수 없는 현실이라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산병원에 근무하는 준경이는 매일 체크하는 병원의 철저함에 동생을 멀리할 수 밖에 없었고, 공무원이란 이유로 제부 또한 몇 개월 만에 만나는 아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가려던 계획도 취소하고 혼자 공항버스로 다산체육문화센터에서 내린 조카는 방호복으로 철저히 가려진 공무원이 데려다 주는 자동차로 집으로 안전하게 도착을 했다.

 

준후가 도착하기 전날, 동생네 가족이 선택한건 남은 세 식구가 언니네(우리 집)로 피난하는 것이었다.

각자 캐리어 하나씩을 끌고 우리집으로 들어온 동생네를 맞이하기 위해 개켜둔 이부자리를 꺼내고,  보푸라기 일어난 베개를 대신해 베개 2개와 배갯잎 한 장을 사는 것으로 마쳤다.

 

최근에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무시한채 마음대로 돌아다녀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보고 들으며 우리도 마찬가지로 분노하고 욕을 해대기도 했었다.

혼자 있는 준후가 혹여라도 밖으로 나올까 봐 동생 부부와 준경이는 수시로 전화로 확인을 하며, 박으로 나갈 경우 벌금이 천만 원이란 사실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면 배달을 시켜주고,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하면 커피를 사다가 현관 앞에 두고 나오고, 필요한 것은 현관 앞에 두고 오면 준후가 들고 들어가는 기이한 일이 이어졌다.

 

귀국 2일이 지난 후 검진이 있었지만 음성으로 나와서 마음을 놓기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건강한 청년을 잠정확진자로 만들어 두었으니... 미안한 마음이지만 서로를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매일매일 체크를 하고 시청에서 전화로 확인하는 절차도 완벽하게 감당했다. 

2주간의 격리는 15일까지 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네는 내일 집으로 가기로 했다.

젊은 청년이 2주간이나 집안에 콕!! 틀어 박혀서 꼼짝하지 않은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잘 견디어준 준후가 고맙고,

불편함 중에도 씩씩하고 자유롭게, 웃으며 즐겁게 보낸 우리부부와 동생네 세 식구도 감사하다.

내 집이 아니라는 이유는 늘 무언가가 불편하고, 내 집에 다른 사람이 함께 지낸다는 것은 또 어떤 불편함이 있을 테지만 우리는 스스로 잘 견디며 서로를 이해함으로 잘 견디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같이 살다보니 모두가 확~찐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ㅠㅠ

 

아침식사 준비를 하지 않아서 좋다는 동생은 청소니 빨래니, 구석구석을 뒤져서 정리하고 일찍 퇴근한다는 이유로 저녁식사를 담당하고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담당했다.

아침잠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이면 가족을 위해서 빵을 준비하고, 밥을 준비하고, 정말 욕심나는 준경이를 위해서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고 동생을 위해서는 있는 밥을 휙~ 한 주걱 퍼담는 것으로 끝내는데 동생은 늘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서 가난한 식탁을 내민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날마다 빨래는 산더니 같아서 동생이 널고 개키고, 머리카락을 쓸고 더듬고, 하지 말라는 쓰레기까지 치우느라 고생이고, 날마다 잔칫집 같은 그릇을 쌓고 부수는 나는 반찬이 없어서 늘 미안한 마음고생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살 맛난 사람들이 있으니 곧 제부와 서방이다.

처제가 있으니 빨래니 설거지니 청소니 신경을 안 써도 늘 깨끗하고, 빨래며 청소며 정리정돈이 되어 있으며,

처형이 아침밥을 준비해 주니 설겆이니 청소니 나 몰라라 해도 웃음소리 넘치니 제부 역시 편안할 수밖에....

물론 간식거리를 넘치도록 사다 나르는 건 제부 몫이다. 그러고 보니 누구만 왕이로소이다!! 였다는...  

준경인 봄꽃처럼 화사한 낯으로 봄바람 같은 웃음으로 집안 분위기를 완벽하게 휘잡았으니 감사한 일이다.

딸이 없는 집에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 같은 딸은 말 한마디가 떨어지면 이모부가 무엇이든 코 앞에 대령하고

이모는 이쁘고 맛있고 좋은 것을 주고 싶어 안달이다.  

 

준후의 완벽한 자가격리는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서 모범적이고 훌륭하게 해내었다.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묵묵히 답답한 집 안을 잘 견딘 준후,

불편하지만 서로 배려하며 즐겁게 생활한 동생네 가족과 우리 부부.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자가격리에 동참한다면 코로나 19도 빠른 시간 내에 소멸될 것이다.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 준경이가 이모가 좋아하는 피자를 쏘겠다고 하니 얼른 퇴근해야겠다.

 

준후는 아무 이상이 없으며 건강하게 잘 마치고 이번 토요일엔 외출을 하고 싶다고 한다.

 

모두 모두 수고하고 고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블로그를 변경했더니 헛갈리고 어려워서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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