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인아와 지유

여디디아 2020. 6. 15. 09:54

 

 

 

끝이 보이는 것 같았던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쳐든 건, 봄을 마무리하고 더운 여름에 드러날,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육신의 구석구석에 도드라졌던 살들을 빼려고 나름 애쓰는 처녀와 아줌마와 할머니가 다이어트에 다시 열의를 보일 때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고 이젠 예전처럼 자유롭진 않아도 굳이 거리두기 같은 이상한 습관을 하지 않고 그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조금 더 양보하며 가끔 마스크도 착용하고 기침을 할 때는 옷깃으로 입을 가리는 예의만 지켜줘도 좋을 것 같은 날들이 머잖았고,

주일마다 하트가 그려진 자리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예배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라는 교회에서는 강조할 수 없는 말을 굳이 수칙에 넣는 민망함이 없어도 좋을 것 같았고, 예배 후 교회식당에서 머리를 맞대고 식사를 나누고 시원한 카페에서 500원짜리 핫커피나 1000원짜리 아이스커피 값을 서로가 내겠다고 싸움 아닌 싸움을 하기도 하는 그런 풍경이 오는 줄 알았다.

 

봄밤이 지나고 여름밤이 시작되는 어느 날 밤에, 동생이 사는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다음 날엔 맞은편 아파트에서 그리고 며칠 후엔 바로 옆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가 벼락을 치더니 어제는 아직 서방의 이름으로 등기가 된 이안아파트에서 두번째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가 요동을 친다. 에효~~

 

이제는 국가적으로 숫자통계를 내보내지 않고 지자체별로 보내기 때문에 어디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지 가늠할 수가 어렵다.

남양주시에서 하필이면 화도에서 이렇게 확진자가 쏟아진다니 이젠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그러면서도 방역에는 전보다 소홀해졌으니 이것도 문제가 분명하다.

 

비록 우리집만이 아니라 아들들이 살아가는 용인시에도, 가양동에도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나 보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가들도 안타깝고, 직장생활에, 아가들에, 재택근무에서 다시 사무실 근무로, 여러가지 지치고 힘든 며느리들도 하루쯤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토요일에 세현이가 인아네와 같이 집으로 오겠다는 소식에 바빠지는 건 나 뿐이다.

오랜만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열무김치도 담고 오이소박이도 만들고, 농장에서 바로 따오는 방울토마토도 하나씩 준비했는데 지난주에 큰언니가 인아와 지유 옷과 과자와 커피를 가져오셔서 함께 나눌 수 있으니 더욱 좋다.

 

토요일 아침부터 감자전을 만들고 상추를 씻고 쌀을 씻어 안치고, 금요일 저녁에 한 대청소 위에 얹힌 먼지를 다시 털어내는 극성까지 부리고나니 어쩐 일인지 인아네가 먼저 도착을 했다.

생활속 거리두기를 하라고 하니 모두가 바다로 산으로, 집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춘천고속도로와 경춘국도는 여전히 몸살을 앓아 두 아들이 오는 길은 명절 때처럼 밀렸다고 한다.

 

아들 둘은 어쩌자고 날마다 피둥피둥해지고, 며느리 둘은 민망하게 날씬한 모습들인지,

인아와 지유는 모처럼 만난 할머니 앞에서 엄마 아빠는 안중에도 없다.

우리집에만 오면 엄마아빠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할머니만 찾는 아가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요즘들어 골골대는 아빠를 제치고 주현이가 고기를 굽고 인아와 지유를 챙기느라 나는 고기를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는데 인아가 귀에대고 속닥거린다.

"할머니 놀이터 가자"

 

이미 인아와 지유가 킥보드와 씽씽카를 가지고 할머니 댁으로 가서 같이 타자고 약속을 했던 바, 핑크색 자가용 하나씩을 들고 할머니 손을 잡아 끌어낸다.

유월의 햇볕은 할머니 속도 모르고 땡볕이고 아가들은 땡볕인지 뭔지 그저 밖이 좋을 뿐이다.

 

초등학생이 된 인아가 지유를 제법 잘 돌본다. 그만치 내가 수월해진다.

그러면서도 한번씩 질투를 하는 것은 지금까지 독차지하던 사랑을 지유와 나누려니 속이 상한 모양새다.

땡볕아래에 오두마한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기에 제과점으로 가서 초코바를 물고 나오는건 좋았지만 아이스크림 반을 먹었을 때는 이쁜 입매가 주둥이가 되고 얼굴이 온통 거지꼴이라 마주보며 좋다고 웃어대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이쁜지.

 

인아가 우리집에 오면 코스가 정해져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욕조에 물을 받아서 할머니랑 1시간가량 물놀이겸 목욕을 하는 것이다.

지난 번에도 그렇게 하니 지유까지 좋아라고 같이 하더니 이번에도 여전하다.

기억력이 좋아서 집에 들어오니 거실에 들어가기 전에 목욕탕 앞에서 옷을 벗는다.

지유는 인아가 하는대로 그대로 따라하고 언니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언니 언니, 할미 할미"만 분명하다. ㅋㅋ 

 

직장생활에, 아이들 양육하기에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 두 며느리가 늘 안타깝고 안쓰럽다.

집이 멀어서 하루쯤 돌보아 줄 수도 없는 현실이다.

한번씩 집에 올 때 만이라도 며느리들이 편안하게 쉬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시댁이란 것이 결코 편안한 곳은 아니란걸 알기에 가능하면 며느리들이 신경을 쓰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방이 아들들에게 설겆기를 시키고 아가들은 우리가 집에서 데리고 나감으로 며느리들이 아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하고 우리도 가능하면 밖에서 시간을 끌므로 아들과 며느리들이 다리를 뻗고 기대고 앉아서 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가들을 차지하려는 우리의 욕심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줄 네명의 청춘 김씨들은 모르실거다.

암만!!

 

사랑하는 인아와 지유로 인해 주말이 행복하고 즐겁고 기뻤음을 자랑합니다.   

다음날 온 몸을 누군가가 두드려 팬거 같은데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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