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인아

추석

여디디아 2019. 9. 16. 09:55

 

 

 

할매 서재에서 오순도순

 

 

 

 

 

 

 

 

 

 

 

 

 

추석...

예전처럼 요란하지도 않고 벅적거리지도 않지만 추석은 명절이다.

이번 추석은 늦여름에 들어 있어 햇곡식과 햇과일이 풍성하기도 전에, 

추석보다 먼저 가을장마로 뒤숭숭한 날 끝에 들어 있어서 더욱 밍밍한 준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는 창문을 닫게 하고 이불을 끌어 당기게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추석이 맞다.

 

시부모님이 안계시는 추석은 자유롭고 한가하다.

부모님을 위한 준비 보다 내 자녀들을 위한 준비는 힘이 든 줄도 모르고, 돈이 들어가는 줄도 모른다.

훗날 내 자식들 역시 그런 마음일테지만 말이다.

 

추석전날, 며느리들은 '시댁에서 일하는 명절' 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이른아침에 간단한 준비를 마쳤다.

지유네가 먼저 도착하여 '카페에서 먹는 브런치'(선이의 말)를 차려주고 지유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놀이터를 한바퀴 돌고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냇물이 졸졸졸 소리내어 흐르는 개울을 보여주고, 웃자란 풀 위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여주니 지유가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시들어가는 꽃과 새롭게 피어나는 자잘한 꽃들, 늙으수레하게 물들어가는 풀잎과 나뭇잎을 보여주는 것이 즐겁다.

이제 돌이 지난 지유지만 나비를 보며 손짓을 하고, 거미를 보고 선뜻 손가락을 대지 못하고,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보며 오라는 손짓을 한다.

아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들..

냇물과 나무들과 풀, 잠자리와 나비와 사마귀와 벌레들...

지유와 함께 놀고 있으니 세현이가 나와서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어서 좋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도착한 인아네...

작은아빠와 작은엄마가 함게 잇으면 지유를 만지지도 못하는 인아가 나와 셋이 있을 때는 안아도 보고 뽀뽀도 하고 손도 잡아본다.

너무 귀엽고 이쁘다며 약을 싫다하는 지유 앞에서 먼저 시범을 보임으로 지유가 약을 먹게도 하고 그림을 그려서 지유 이름도 써준다.

 

오후가 되어 인아와 지유를 데리고 놀이터로 갔다.

잘 걷지도 못하면서 겁 없이 미끄럼틀을 기어오르는 지유를 위해 인아가 특별케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인아가 많이 컸다.

인아, 지유를 데리고 산책길을 돌며 풀잎을 만지기도 하고 나뭇잎을 따서 지유 손에 쥐어주기도 한다.

어른들 보다 언니를 더 따르며 좋아하는 지유...

정답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행복은 내 몫이다.

 

추석날 아침, 가장 일찍 일어난 지유가 내 손을 끌더니 현관앞에서 유모차를 가르킨다.

밖으로 나가달라는 표시이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서방과 함께 지유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한시간을 놀다오니 그새 모두가 말끔하게 씻고 기다린다.

 

가족이 둘러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늦은 식사를 하고나니 길이 밀리기 전에 출발한다고 나선다.

모두가 떠난 자리엔 어쩐지 허전함이 가득하다.

아들만 있으니 명절이 참 빨리 끝난다는 기분이다.

올해는 여행계획도 세우지 않아 서방이 낚시터로 가자고 하지만 어쩐지 뒹굴거리고 싶어 혼자 남았다.

 

추석 다음날,

지유는 밖으로 나가자며 문을 두드리고 울고 있는 동영상을 보내와 할미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인아는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와 할미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열심히 운동해서 인아는 건강해지고 주현인 살이 빠지길 소망하는 추석연휴는 끝나고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출근을 하여 컴퓨터와 마주 앉았다.

 

큰아빠는 지유 옷을 사오고, 작은 아빠는 인아 핑크색 운동화를 선물하여 할머니를 더욱 기쁘게 한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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