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인아

여름방학

여디디아 2020. 8. 10. 13:16

 

운동하기가 싫은 인아

 

할아버지가 사주신 새운동화

 

8월 7일 북한강 베이커리 씨어터에서 할머니와 데이트

 

8월 2일 샬롬찬양대 연습 중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찐하게 느끼는 건 흔치 않다.

여름방학을 맞이 한 인아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캠핑을 가기로 약속을 했지만, 어린 마음이 변할지 몰라 아들 부부가 토요일에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

주일에 캠핑을 떠난 인아가 언제 집으로 올거냐는 엄마 아빠의 물음에 '목요일에서 일요일로,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바뀌었는데도 주현인 마음을 놓지 못하고 매일 출근을 자동차로 했단다.

혹시라도 "나 집에 갈거야"라고 하면 남양주로 달려오려는 자세로...

 

캠핑을 다녀오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집에 가겠다는 말이 없고 오히려 엄마 아빠께

"내 말은 안 들리나. 토요일에 간다"며 버럭~ 내지른다.

사무실 일 때문에 낮에 출근을 했다가 급한 일을 마치고 인아와 일찍 퇴근을 하다보니 모든 게 어수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아와의 생활은 달달하고 새콤하다.

수요일 저녁엔 교회로 데려가 찬양연습을 할 동안 곁에 있다가 예배시간엔 할아버지와 앉아 있다.

 

'아멘'을 하는데 어느때부터 아멘이 끝나도 눈을 뜨지 않기에 왜냐고 물으니 자기도 기도했단다.

무슨 기도를 했느냐고 물으니..

"지유 감기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예수님도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래요"라고 했단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지만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기에 독서감상문을 한 권 사서 독후감 쓰는 법을 가르쳤다.

한마디 느낀 점만 쓰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게 표현을 한다. 1학년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학교 가는 날이 적고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글씨 쓰는 법을 모른다.

ㄱ  ㄴ ㄷ 을 차례대로 쓰지 못하고 아예 그림을 그리듯이 그리는 것을 보고 스케치북을 사다가 칸을 만들어 차례대로 쓰는 법을 가르쳤다.

1시간을 가르쳤더니 곧바로 바른대로 써 내려가지만 익숙하지가 않아 습관처럼 그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딱밤으로 벌을 주었고 틀리지 않고 제대로 썼을 때는 상금으로 칭찬 했다.

 

밤이면 거실에 셋이 누웠는데 "할아버지 가까이 좀 와"라고 하더니 다리를 척~  걸친다.

"할아버지 등 긁어줘. 아래로 위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좀 더 위로 좀 더 아래로.. 고양이 손톱으로.." 

시집살이 중에도 고된 시집살이지만 평소 낯을 많이 가리고 할머니만 따르던지라 할아버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인아로 인해 집안이 꽉 찬다.

이것이 실화인가 싶어 잠든 인아의 얼굴을 만져보고 쓸어보고 손을 잡아보고 발을 쓰다듬어 본다.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방학이라 할머니네서 지내다니... 정말 인아가 맞을까?" 

보고 또 봐도 이쁘고 신기하다.

 

인아가 먹고 싶다는 LA갈비, 미역국, 새우라면, 새우찜... 

밥도 잘 먹고 놀기도 잘하고 특히 열심히 까불고 열심히 떠든다.

목요일 밤. 인아가 잠든 후 서방이

"인아 가고 나면 한동안 허전하고 쓸쓸하겠다"는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토요일 아침, 인아를 데리러 출발했다는 주현이와 성희의 전화를 받고부터 내가 침울해진다.

서방은 낮에 집에 들르지 않고 낚시터로 간다고 하니.. (인아 보내면서 울 것 같아서 일부러 피했단다)

주현이 카드로 긁은 점심을 먹고 인아의 짐을 챙기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뭣이래?

갑자기 눈물이 밖에서 내리고 있는 빗줄기처럼 줄줄 흘러내린다. 쩝~

차가 출발하자 인아가 차 안에서 통곡을 한다고 ....

 

인아가 떠난 집안은 갑자기 조계사가 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적막함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내년 여름 캠핑을 약속하고, 겨울방학에 일주일 함께 지내기로 약속했지만 곰살맞고 헤실거리며 떠들며 까불며 곧잘 심부름까지 하던 인아~

베이커리 시어터에서는 혼자 빵을 사 오기도 하고 포장을 해오기도 하고 빈그릇을 가져다 두기도 하며 이렇게 컸노라고 실체를 보이던 인아..

 

인아와 지낸 일주일은 행복하고 발랄하고 살아 숨쉬는 날이었음을...

 

인아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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