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인아

캠핑

여디디아 2020. 8. 10. 12:03

인아를 위한 텐트를 꾸미기 위해 할아버지가 준비한 전등

 

새벽 5시 반에 먹은 컵라면

 

 

 

인아가 초등학생이 되고 짧은 여름방학을 맞이한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의미다.

여름방학을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내가 한 일은 인아와의 캠핑을 위해 국립 자연휴양림을 재빠르게 예약하는 것이다.

워낙 똥 손이라 무엇을 해도 비켜가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2차로 겨우 당첨되었다는 소식이다.

국립 자연휴양림은 시설도 잘 되어 있고 국가에서 관리를 하다 보니 가격도 저렴하여 성수기가 아니어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캠핑의 맛은 고생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숲 속 집이나 휴양관을 비켜 야영데크를 신청했다.

그리고 인아에게 캠핑을 가자고 연락을 한 것이 6월 중순을 지나는 날이었다.

전화를 하고 며칠 후 인아가 꾸려놓은 짐보따리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한 달 이상이 남았는데 벌써 짐을 꾸려 놓고 기다리는 마음은 아무래도 내 마음과 같다. ㅎㅎ

 

지유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8월 초에 방학이라는 소식에 지유와 세현이와 인아와 함께 캠핑을 하기로 하고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어린이집 방학이 일주일 앞당겨졌다는 슬픈 소식이다.

 

캠핑 갈 날이 가까워지고 과일이니 과자, 고기를 준비하는데 장마가 시작이다.

8월이면 비가 그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될 뿐이고, 밤이 지나고 새벽이 시작되는 시간이면 집이 무너질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월 1일 토요일,

혹시 인아의 마음이 바뀌게 될까 하루 전에 우리 집으로 온 인아네..

주일예배 후 인아와 함께 양평 산음휴양림으로 떠나는 길은 감사하게도 비가 그쳤다.

처음 가는 곳이라 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간간히 보이는 계곡과 강에는 흙탕물이 걱정을 싣고 흘러내린다.

 

산음휴양림에 도착, 텐트를 설치하고 고기를 구워 캠핑이 무엇인지 인아에게 실감 나게 보여주었다.

텐트도 즐겁고 할아버지가 구워주시는 쇠고기도 맛나고, 주변에 초록으로 빛나는 나무와 풀도 이쁘고, 장마기간이라 취소한 데크들도 그저 평화로울 뿐이다.

넓은 공간에 텐트는 5~6동뿐인데 그나마 저녁이 되니 모두가 철수를 하고 우리와 한 팀만 남았을 뿐이다.

 

이른 식사 후 일찍 잠자리에 들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빗소리처럼 들으며 감미롭고 달콤한 잠을 청했다.

새벽 4시가 되자 갑자기 천둥과 번개와 비가 물동이로 쏟아붓는 듯하다.

인아와 우리 부부가 같은 속도로, 조금 전에 치던 번개처럼 빠르게 잠에서 깨어났다.

다행히 텐트에 비가 새질 않아서 걱정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빗소리를 들었다.

한번 깬 잠은 다시 찾아오지 않아 인아랑 가위바위보로 딱밤 때리기를 했다.

둘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다 지루해진 우리는 인아 할아버지 등에, 엉덩이에 딱밤을 때리고 서방은

'너네 둘이하는 놀이에 매는 왜 내가 맞나?'라고 항의하지만 인아와 내 귀엔 캔디일 뿐이다.

 

캠핑에서 컵라면을 먹자던 인아의 말이 생각나 다섯 시 반에 컵라면을 먹으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컵라면을 먹고 잠시 비가 그어져 인아와 함께 산책길을 나서는데 두 아들이 문자로 난리가 났다.

뉴스를 캡처해서 보내며 위험하니 빨리 철수하라고...

제발 아들 기겁하게 하지 말고 철수하라.. 특히 작은아들이 난리다.

산책로를 돌고 계곡을 덮어가는 흙탕물을 바라보며, 계곡에서 물놀이를 못한 아쉬움을 내년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으니..

산책에서 돌아와 옥수수, 감자, 계란을 삶아 간식인 듯, 아침인 듯 요란하게 먹어치웠다.

 

물난리 소식과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철수할 수 밖에 없다.

'비가 왔지만 즐겁고 행복했다'는 인아의 말이 참 다행이다.

난생처음의 캠핑이 비로 인해 하루가 줄었고, 계곡 물놀이도 할 수 없었지만 인아의 마음에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어느새 학생이 되어 할아버지 할머니와 캠핑을 한 인아..

꿈만 같은 캠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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