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환갑 특송...

여디디아 2019. 9. 3. 18:35

 

 

 

 

숙민권사가 준비한 식탁

 

 

우리집 상황은 이렇다.

2019년 기해년 돼지해가 밝아오자마자 '환갑'이랍시고 설날이고 뭐시고 다 때려치우고 아들들에게 엄포하여 대만여행을 다녀오고, 대보름이 지나고 생일이 되는 날 즈음에는 친정식구들과 조카들까지 불러다가 거나하게 식사를 하고, 카페를 전세낸 듯이 온 가족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중요한 봉투를 받고, 뜸들이던 우산을 받고, 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루즈와 한과세트를 받기도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마자 59년 30년지기 친구들과 제주도를 다녀오는가 하면 역시 59년생들과 터키까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평내교회 59년생들과의 환갑여행이 10월쯤으로 계획되어 있고,   마무리로 늦가을쯤 혼자서 사라오름을 다녀올 계획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죽어나는건 서방이다.

"이놈의 돼지해가 빨리 지나가야지 서방 죽겟다"는 넋두리를 들으며

"내년까지 연장하려고 하는데 무슨 소리?"라고 받아친다.

주변에서 세상에서 환갑이란 것이 이렇게 대단한 일인줄 몰랐다고, 살면서 환갑을 맞은 사람은 '이진옥'이 뿐인 것 같다고 부러워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별나다고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거나말거나 정말 올해는 '나를 위한 해'로 보내기로 작정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여행만 살금거리며 다닐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말해 무엇하랴!

결혼 초, 시댁에서 함께 살면서 했던 마음고생, 아들 둘을 키우며 바둥거렸던 몸 고생, 삶은 늘 내 계획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계획에서 튕겨져 나감으로 나를 아프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괴롭게도 하였다.

마지막까지 치매 시부모님이 나를 전쟁의 도가니 속에서 삶을 이어가에 함으로 인생살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여과없이 매끈하게 보여주지 않았던가!

 

힘든 중에서도 잘 자라준 두 아들이 감사하고, 어느 밤엔 아침이면 시체가 될 것 같았던 내가 멀쩡히 움직이며 아침밥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환갑을 이유로 갑질에서 갑질로,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나 있었을까.

 

어려서부터 온순하여 부모님 속을 썩히지는 않았지만 유년시절 너머의 영아기 때 부터 병으로 죽어가는 나를 살려놓았고

늘 골골거리며 지냈던 청년시절에도 어긋난 길을 가지 않고 바른 길로 나아올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가 틀림없으며 부족한 엄마이지만 엄마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여 두 아들이 온전한 가정을 이루어 알콩달콩 살아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평내교회 59년생이 10명 정도 된다. 물론 잘 알고 지내는 친한 친구들만...

59년생이 모여서 지금까지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봉헌송을 하자고 했다.

장로님이 된 두 남자 중 한 명이 싫다고 도리질을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남자들은 아웃~

평소 친하던 친구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느니 어쩌느니 하며 하지 않겠다고 하여 아웃~~

결국 정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으로 4명의 돼지띠들이 <염평안의 '교회'>를 하기로 했다.

지난 토요일 가평에 있는 문숙민권사의 집으로 달려가니 문권사가 근사한 식탁을 준비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 지은 채소로 진수성찬을 준비한 마음과 손길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네 명이 모여서 여러 조합으로 음색을 맞추어 보았다.

각각 한 소절씩으로도 해보고 별의별 방법을 써본 후에, 그 중에 최상의 조합으로 나와 김경숙권사, 문숙민권사와 박현숙집사가 함께 소리를 맞추었다.

오랜 연습 때문이었을까.

음악적인 재능은 '별로' 였지만 너무나 편안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하니 감사할 일이다.

우리가 드리는 찬양을 보고 도전을 받아서 내년에 자기들도 하겠다는 집사님들이 있고, 네 명의 신앙고백 같아서 뭉클했다는 집사님이 있었다.       

물론 인사치레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감동적이고 잘했다'고 하니 감사하다.

 

원피스로 통일하고 미리 본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아보고 마이크와 보면대 자리를 맞추어 보는 것도 즐겁다.

문권사님 남편되시는 양집사님께서 동영상도 찍어 주시고 토요일에 저녁으로 편육과 막국수까지 사주셨는데..

정말 멋진 남자~~였음을... 집에와서 서방한테 전했다.

 

환갑을 감사하며 하나님께 드린 찬양.

아마 하나님도 기뻐 받으셨으리라 믿는다.

하나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강건하며 순종하며 하나님과 함께 걷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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