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남벽분기점

여디디아 2019. 4. 25. 16:30

 

영실 입구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 한라산

 

 

 

 

병풍바위 앞에서

 

 

 

 

방울토마토를 먹는 까마귀와 놓치는 까마귀

 

윗세오름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

 

 

윗세오름에서 드러눕기

 

 

 

 

 

 

남벽분기점

 

 

 

 

돈내코로 가는 길

 

 

평궤대피소

썩은물통

돈네코에서 가는 길(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돌길이다)

 

 

 

처음에만 데크로드

 

 

 

돈내코 탐방안내소

 

 

 

 

지난겨울, 친정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오니 친구들이 나를 위로하기 위하여 사무실로 모여 들었다.

엄마를 떠나보낸 슬픔은 아주 잠시, 그새를 못참아 낄낄거리던 우리는 회갑임을 자랑처럼 늘어놓으며 '회갑여행'을 떠나자고 약속을 하고, 누군가 시치미를 뗄까봐 얼른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매하고 영기씨를 예매(?)함으로 가는 겨울을 미련없이 보내고, 봄꽃이 피고지는 새봄을 설레임으로 바라보며 목련이 피는 사월을 기다렸다.

 

22일 저녁 비행기로 출발하기로 미리 다짐을 하고 준비물까지 꼼꼼하게 체크해서 보냈기에 오후에 사무실에서 만날 생각에 한껏 부푼 마음을 억제하지 못해 출근 길에 "얘들아 오늘이 그날이다"라고 카톡을 날렸다.

카톡을 날린 후 숙희가 있는 강촌에서 날아온 카톡 왈~

"내일이잖어" 란다.

순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싶어서 비행기표를 확인하고 일정표를 확인하는데 심장이 벌떡거린다.

휴대폰의 날짜를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확인하고 숙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쳤어?"...

특유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어이가 없다.  미워할 수 없는 당신이다.

 

한라산 남벽분기점..

아름답고 웅장한 이 한라산의 남벽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싶었다.  진심으로...

평소 몸이 허약한 숙희는 운동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미리 말을 함으로 날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놓았다.

비비휘어질 듯한 경숙이는 보이지 않는 깡다귀가 있기에 걱정하지 않았고 씩씩한 현숙이는 백록담도 단숨에 달려갈 기운이니 듬직하다.

지난주에 백록담을 다녀온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한라산을 찾는 행복한 팔자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안된다.

 

영실에서 시작한 산행은 걸음걸음마다 감탄사가 이어지고 얼굴 가득하게 충만한 행복이 번진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보고, 다시 그곳을 보아도 멋진 영실의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의 희귀한 모습들,

기다린듯이 피기 시작한 진달래의 짙은 색상과 정다움은 마치 우리의 회갑을 축하하는 듯 하다.

선작지왓에 이르러 천국의 한 귀퉁이라는 나의 말에 무거운 머리를 끄덕이며 연신 꽃보다 이쁜 웃음을 웃는 친구들은 그새 녹록하지 않은 일상을 잊어버린 듯 하다.

 

윗세오름에 오르니 구름이 스치듯이 지나가고 스쳐간 자리에 다시 안개같은 구름이 자리바꿈을 하기도 한다.

윗세오름 광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다.

누운채 하늘색의 구름과 보랏빛의 구름과 분홍빛의 구름을 실시간 중계하는 현숙이와 감상하는나에게 경숙이 왈,

"썬그라스 벗으면 모두가 흰구름이야" 라는 말에 썬그라스를 벗고나니 그야말로 확~~ 깬다.

 

남벽분기점을 향하여 걷는 길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바라보고 해석하느라 바쁘다.

영실에서부터 빽빽하게 자라는 조릿대에 마음이 뺏긴 숙희는 가는 내내 조릿대 이야기와 조릿대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고,

모험심이 강한 현숙인 한라산의 굵고 거친 뼈대들을 바라보며 멋지다를 연발하고 숙희와 둘이서 소설을 쓰느라 처지는 줄도 모른다.

평소에 길을 좋아하는 나는 앞에 놓인 길과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친구들을 불러 이 길이 얼마나 이쁜가를 강조하고

이제야 모든 일에서 벗어난 경숙인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없다.  웃어보기도 하고 새침을 떼어보기도 하며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내느라 경치는 뒷전이다.

 

남벽분기점에서 돈내코로 내려가기로 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한라산을 걷는 친구들과 걸으려니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강행했다.

돈내코로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가 피어나기 시작하여 밋밋한 길을 꽃길로 만들고 회갑이라지만 소녀같은 우리를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진댈래의 진본홍 색상에 매료되고 작은 꽃잎에 마음을 빼앗기며 깔깔거리던 것도 잠시,

처음부터 끝까지 돌길로 이어지는 돈내코의 길은 멀기만 하고, 그동안 아꼈던 다리는 쑤시기만 했으니....

처음의 행복한 모습은 간 곳 없이 마지막에는 끙~~ 앓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는 숙희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7km의 길을 걸으며 숙희와 내가, 현숙이와 경숙이가, 경숙이와 진옥이가, 현숙이와 숙희가, 다시 숙희와 경숙이가 현숙이와 진옥이와 그동안의 일상을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은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음을...

 

돈내코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지난주 백록담 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는 사실에 실실 웃음이 날 수 밖에...

한라산을 보고 마음이 설렜고 심쿵했으며 아득하게 멀어지는 모습에 슬펐다는 숙희는 60 평생에 가장 높은 산을 갔으며 가장 많은 길을 걸었다고 하며, 두번 다시 못 올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남편과 꼭 같이 오고싶다는 경숙인 좋은 곳을 보고 맛난 것을 먹으면 조서방(남편) 생각이 난다는 말로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ㅋㅋ) 남편과 함께 백록담을 올라가면 금방 오를 것이라는 말로 자신이 건장함을 나타내는 현숙인 우리를 기죽게 만든다.

일년에 몇 번씩 제주도를 날아가는 나를 백번 이해한다는 숙희와 현숙이와는 달리 경숙인 아주 조금만 이해가 된다고 하니 그런 경숙이를 이번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배배 꼬인 공식같은 인생이 아닌가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한 남벽분기점,

갈 때 마다 새롭고 갈 때 마다 새롭게 행복한 남벽분기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랑하는 친구 숙희, 현숙, 경숙아.

건강관리 잘하여 다음엔 백록담 어때?? 

 

황금돼지해의 황금돼지 친구들..

올해는 분명 우리가 주인공이니 마음껏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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