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며느리가 보낸 꽃다발
큰며느리가 보낸 무지개 수제케잌
12월 11일 결혼기념일
이젠 나도 늙었나?
하기사 환갑이 지났으니 중늙은이가 분명하고 옛날 같으면 살 만큼 살아온 시간이다.
결혼기념일이 시큰둥한 건 며칠 전 사무실에서 서방과 신경전을 벌인 탓에 아직까지 기분이 꿀꿀한 탓일게다.
이른아침부터 아이들이 결혼을 축하한다는 메세지가 날아온다.
"개뿔, 내가 미쳤지. 왜 결혼은 해서 이렇게 마음고생, 몸 고생하고 살아가나? 차라리 혼자 살 것을"..
꿍얼거려본다.
어제부터 지유가 폐렴으로 입원을 했다고 하고, 윈도우를 다시 깔아야한다며 주현이가 와서 3대의 컴퓨터를 손 봤는데,
일을 하려니 프로그램이 막혀서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른다.
직업특성상 여러개의 프로그램이 깔아져 있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어수선하다.
기껏 작업을 하고 저장을 하려고 하면 요술처럼 날아가 버린다.
그러다보니 저녁이 되니 팔을 들어 올릴 수가 없다.
컴퓨터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침묵하시라!!
옆에 있는 서방은 꼴 보기 싫고, 아픈 손녀는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컴퓨터는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는데
결혼기념일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들이 붓는 형국이다.
얼굴빛은 잔뜩 흐려진 날씨처럼 칙칙하고, 마음은 먹장구름이 떼로 덮여서 무엇하나 유쾌하지 못한 아침을 시작했는데
택배아저씨가 커다란 박스를 들고 들어오신다.
하루에도 몇 개씩 옆 집 택배를 우리가 도맡아 받아주고 있기에 당연히 옆 집 것이냐고 묻는데 '이진옥'씨 앞으로 왔다고 한다.
의아한 마음에 박스를 열어보니 커다랗고 향긋한 국화꽃 한다발이 넘치도록 들어 앉았다.
가을이 지나도록 국화 한송이 내 것으로 가지지 못했는데, 몸도 맘도 시린 겨울아침에 국화꽃이라니.
더구나 지유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 중인데도 잊지 않고 이렇게 마음을 써주다니...
오후가 되니 케잌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카톡이 전해준다.
결혼 후 한 번도 빠짐없이 케잌을 선물하며 사랑을 전하는 성희가 기특하고 고맙다.
알록달록한 무지개 케잌을 보니 고운 며느리들이 꽃보다 이쁘고 케잌이 주는 달달함 보다 고맙다.
하나님이 내게 서방은 별로, 아들들은 그저 그런, 며느리들은 귀하고 복된, 손녀들은 기쁨...으로 보내주셨다.
앞 부분은 못마땅 하지만 이렇듯 귀한 며느리와 손녀들이 있으니 내 삶이 얼마나 복된 삶인가 말이다.
이건 누구와 상관없이 오로지 나만의 삶이고 나만의 복이란걸 강조한다.
수요일이라 결혼기념일 저녁식사는 하루 미루고 수요예배에 참석했다.
그리고 하루 지난 목요일에, 그냥 지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랜만에 어색한 모습으로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후식으로 마시고 결혼기념일을 때웠다.
사랑하는 성희와 선아!!
귀한 며느리들로 하여금 행복한 날이다.
이쁜 며느리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하나님이 보내신 최고의 손님인 '김성희, 김선'!!
사랑하고 축복하며 손님으로 잘 섬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