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럴 수도 있지
원 선 미 / 예영 커뮤니케이션
엄마는 예배하였고, 기도하였고, 나누었고, 사랑하였다.
엄마는 그렇게 사셨다.
결혼 후 헝가리에서 아들과 딸을 두고 살아가는 원유훈장로와 김명자 목사의 1남 2녀 중 차녀로 태어난 원선미씨가 팔십이 되신 엄마를 바라보며 쓴 글이다.
어느 날 문득 엄마가 하나님 곁으로 가버리실까봐, 잠시 잠깐이라도 더 이 땅에 붙들어 놓고 싶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생전에 엄마의 모습을 담아둬야겠다는 간절함으로 쓴 책이다.
예배의 삶
기도의 삶
나눔의 삶
사랑의 삶
딸이 바라본 엄마의 삶은 이런 모습이었다.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며 살았고 평생을 속을 썩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살았다.
자녀들에게 단 한번도 강요하지를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정말 이런 교육이 있을까 싶어진다.
오직 죄에 대해서만은 철저하여 용서치 않으시고 악은 어떠한 모양이라도 버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진정 우리가 원하는 목회자의 모습이다.
술에 인박혀 폭행과 욕설과 빚으로 자식들을 괴롭히는 남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뒤를 정리하는 모습,
어렵고 힘든 마음으로 교회를 찾은 이들이 쉴 수 있도록 열쇠를 교인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는 목사,
부흥회 후 사례를 다시 감사헌금으로 돌려주는 목사,
어려운 이들을 위하여 입은 옷과 지갑을 아낌없이 열어주는 목사,
기도하느라 교회에서 잠을 자는 날이 더 많고, 성도들이 힘들 때 마다 주저없이 금식기도를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목사,
성도들의 아픔을 오롯이 나의 아픔으로 여기며 기도하며 예배하며 나누기를 원하는 귀한 목사님의 모습이 오히려 생경하게 여겨지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목사님들이 너무 세속에 물들었기 때문일까.
글을 읽으며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 성도들에 대한 헌신과 수고, 자녀들에 대한 신실한 믿음과 진실한 사랑 앞에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55년을 신앙생활한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자녀들에게, 남편에게 신앙의 본을 보여주지 못한 현실 앞에 부끄러움만 차오른다.
밤을 새워 기도하지 못했고, 금식하며 기도하지 못했고, 어쩌면 하나님 보다 내가 스스로 해결하려 들었던 교만함이 이제서야 보이다니... 주님 보다 앞서서 휘저은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무엇보다 자녀들 앞에서 나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하나님 앞에서 나의 못난 모습이 죄스럽다.
끝없는 후회가 이제서야 눈물로나타나는데 앞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자녀들을 믿음으로 양육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며 남편을 믿음으로 단단하게 세우지 못한 잘못을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용서받아야 할까.
작은 책 한 권이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고 부끄럽게 만든다.
이제부터라도 하나님 앞에서 좀 더 신실한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볼 수 있어서 작은 위안이 된다.
이 귀한 책이 나에게 필요한 줄 앎으로 곱게 보내준 사랑하는 친구 한권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속히 병에서 자유함을 얻기를 눈물로 기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임을 안다.
고마운 마음과 사랑의 빚을 진 마음을 한권사에게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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