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Lab Girl)
Hope Jahren 호프 자런 / 김희정 옮김 / alma
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유시민으로 부터이다.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에서 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자과학자의 삶과 사랑을 소재로 과학자이자 작가인 호프 자런이 직접 쓴 책이다.
미네소타 오스틴에서 과학자인 아버지로부터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녀는 날마다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신기한 것들을 만져보고 아버지가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과학자의 꿈을 꾸었다.
과학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듯이 호프 자런은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한다.
우리는 무심히 지나치는 나무 한그루에 스민 모든 것들을 관찰하며 연구하며 과학에의 길을 걸어간다.
프롤로그
1부 뿌리와 이파리
2부 나무와 옹이
3부 꽃과 열매
에필로그
'씨앗은 번성하기를 기다리지만 나무는 죽기를 기다린다.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로 자란 큰나무들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드물다. 발자국 하나마다 수백 개의 씨앗이 살아서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아'(p.50)
'이제 숲에 가면 잊지 말자. 눈에 보이는 나무가 한 그루라면 땅속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를 열망하며 기다리는 나무가 100그루 이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나무 한그루가 자라기 위해서는 수많은 씨앗이 떨어져야 하고, 수많은 씨앗 중에서 나무나 꽃이 되는 씨앗은 5퍼센트일 뿐이며, 1년 이상 생존하는 나무는 다시 5퍼센트라는 것이다.
무심하게 밟고 지나는 우리 발 아래에서 수많은 씨앗들이 생명이 되기를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산을 좋아하는 나는 괜스레 미안하고 부끄러워졌다.
자런에게는 빌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이성으로서의 친구라기 보다는 함께 일을 하는 동지로서의 영원히 함께 가고 싶은 친구이다.
함께 연구하며 함께 실험을 하는 신실한 친구가 있기에 자런 또한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학에서부터 과학자로서 인정을 받기까지의 힘든 여정이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나무와 흙과 풀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클린트라는 과학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은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실토한다.
특히 빌과의 관계를 위하여 배려하는 모습은 멋지다.
둘 사이가 너무나 각별하기에 결혼을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내심 그러기를 바래기도 했지만 우정과 사랑는 별개이다.
클린트와 자런의 결혼을 축복하며 자런의 아들에게도 사랑을 쏟아붓는 빌을 가장 많이 이해하는 것도 자런이다.
책의 내용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과 그 과정속에서의 어려움과 즐거움과 행복함을 나타내고
과학이 전부가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이 우선임을 잊지 않는 작가의 겸허함이 존경스럽다.
'삶과 사랑은 버터와 같아서, 둘 다 보존이 되질 않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p.358)
과학자로서의 길과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이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과학이라는 신비하고 기묘한 일에 도취되어 오직 한 길로만 파고드는 호프 자런,
그녀로 인하여 지구상의 식물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단 한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