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머니 이야기(제1부~제4부)
김 은 성 / 애니북스
함경도 북청에 살았던 이씨 가문의 이야기이다.
이복동녀는 어릴적 놋새라 불리워졌고 부모님을 극진히 사랑하며 가족을 특별히 우애하던 사람이다.
6.25전쟁을 맞이하여 남선(남조선)으로 피란을 내려와 논산에서 터를 잡고 오늘까지 살아낸 이야기이다.
놋새의 늦둥이 딸 김은성이 엄마와 함께 살면서 조곤조곤하게 엄마의 삶을 이끌어낸다.
결혼적령기도 넘은 은성은 회사에 취직을 하여 일을 하기도 하고, 대학시절엔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여 나름 자유민주화에 기여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자의 일생이란 누구에게나 녹록하지 않고 서럽지 않은 삶이 없다.
금수저 은수저를 손에 꼭 쥐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비슷비슷한 삶이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6.25이전에 태어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삶은 늘 핍절하고 고단하고 배고프고 외로웠음을 말할 것도 없다.
내 또래의 여자들도 가끔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자면 소설책 몇 권이 나온다"는 이야길 듣는다.
하물며 엄마들의 삶, 여자의 삶을 말해서 무엇할까.
결혼 전, 북청에서의 삶은 오빠로 인하여 여유있는 생활을 하며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 초등학문을 깨우쳤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일제 징병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말을 못하고
중매로 들어온 남자가 마음에 들어도 표현하지 못해 파기시키기도 했다.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결혼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개월을 잠자리도 하지 않았지만 남자의 외도로 인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지게도 되었다.
결혼 후 남편의 외도와 노름, 그리고 백수생활로 인하여 자식들을 키우며 갖은 고생을 했다.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제사도 물리치고 신앙생활을 하며 기도하며 예배하는 모습이 오히려 귀엽다.
옛날이야기는 딸 은성에게도 엄마인 놋새에게도 즐겁고 유쾌하다.
고향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돈독한 우정, 남이 아니라 피붙이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돌아보는 모습이 정답다.
은성은 치매초기증상을 보이는 엄마가 가엽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세월이 지나면 심해질 엄마의 모습을 알기에 엄마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온전할 때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로 써내려가는 것이 엄마를 위하고 자신을 위함이라고 한다.
엄마와 함께 얼키고 설키며 지내는 일상이 감사할 뿐이다.
책을 소개할 때, 내어머니의 이야기이며 1부에서 4부까지 어머니의 일대기가 그려졌다는 사실에 두서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배달되어 온 책은 놀랍게도 만화책이었다.
어릴 적부터 동화책이나 소설책을 좋아하고 만화책은 질색이었던 터라 뜨악했지만 그림과 함께 읽어가니 즐겁고 유쾌하여 몇번을 소리내어 웃기도 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느닷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난 왜 엄마의 옛날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를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까.
갑자기 엄마의 빈자리가 뜨거운 눈물로 다가든다.
지금쯤 어릴적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만나고, 구순이 지나기까지 외동딸의 곤고한 삶에 늘 마음 아파하셨을 외할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와 같은 연세로 처남 매부간 보다 친구처럼 지내던 큰외삼촌과, 같은 마을에서 서로를 지켜보던 작은외삼촌과 자식보다 끔찍하던 동생들, 엄마처럼 따르며 아침마다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확인하시던 막내외삼촌과 지금쯤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실까.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엄마로서가 아니고 딸로서, 동생으로서, 누나로서의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어머니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지 못한 불효가 이제서야 깨달아지다니..
역시 나는 어리석고 못난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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