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버티는 삶에 관하여

여디디아 2018. 12. 5. 14:38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 지 웅 / 문학동네

 

허지웅.

내가 그를 안 것은 '미운우리새끼'를 통해서다.

결벽증이 있다고할 정도로 깔끔하고 완벽한 허지웅은 어딘지 까칠해 보이고 냉정해 보이고 지나치게 이성적이어서 인간적인 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알았다.

얼마전 '말하는대로'라는 프로에서 허지웅을 보고 그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타인들에게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한다.

'말하는대로'에서 그의 발언을 보고 성급한 내 성질과 정의를 빙자로 쉽게 판단한 나의 오만을 발견했다.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다음세대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말에 얼마나 부끄럽던지.

TV속의 허지웅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쉽게 판단해서.."

 

사과하고 용납하면서도 그의 글을 읽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형식적인 사과가 될 것 같아서 당장 그이 책을 골랐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세상을 살아가면서 버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 주어진 날들을 버티고, 순간순간 지나는 시간을 버티고, 사람들을 버티고, 버티고 버티고..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하여 허지웅이 말을 한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식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저는 와 저 자식 아직도 쓰고 있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며 징그럽게 계속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2부    부적응자들의 지옥

3부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4부    카메라가 지켜본다

 

허지웅은 여러가지 일을 한다.

글을 쓰기도 하고 영화평론을 하는 평론가이기도 하고, 기자이기도 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냉철하고 예리하다.

우리가 쉽게 하는 말이나 쉽게 달고 있는 댓글들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를 가르치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내리치는 우리의 칼날은 얼마나 시퍼렇게 날 선 것인지를 가르친다.

모든 것을 나의 잣대로 가름하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까지 세미하게 관찰하는 섬뜩함까지 갖추었다.

 

영화평론가로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영화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고, 영화를 볼 때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경음악과 그림,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도 깊이있게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나라와 외국에 이르기까지 사건들을 파헤치며 거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며

자신의 생각을 용의주도하게 피력하였다.

 

자신이 받은 알량한 상처의 총량을 빌미로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양 무마해버리는 비겁함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나는 어떤 문장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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