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여자
김 숨 / 문학과지성사
금택과 화순은 수덕이라는 여자의 딸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각을 세워가는 딸들의 성격은 각각이다.
어머니인 수덕은 19세의 나이에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하며 오빠와 올케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한복집이 즐비한 대구의 시장 골목에서 바느질을 배우기 위해 복래한복집에 들어서는 것으로 그녀의 인생은 시작된다.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야 금택과 화순이 수덕의 딸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밝혀지지만, 두 딸에겐 특히 금택에겐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로 일생을 어머니를 바라보며 그리워한다. 어머니가 분명한 말로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와 똑같다는 말에도 모녀간이 아님을 스스로 각인시킨다.
그런 어머니를 6살이 되도록 볼 수 없었던 화순을 외갓집에서 데려오고, 금택과 화순을 데리고 수덕은 경주의 어느 한적한 마을 우물집으로 이사를 한다.
금택과 화순,
누비 바느질을 하는 어머니 수덕을 존경하는 두 딸은 서로에게 경쟁의식을 느낀다.
금택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강박이, 화순에게는 친딸인 자신과 모든 것을 공평하게 대하는 어머니가 서운하게 느껴진다.
'금택은 어머니가 공평하다는 것을, 공평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화순에게 누비 바느질을 가르칠까 봐 우려되었다. 자신에게는 가르치려 들지 않았던 누비 바느질을, 누비 바느질을 배우고 싶어 하는 딸이 자신이 아니라 화순이었다면 어머니가 어떻게 나왔을지 금택은 궁금한 생각마저 들었다'(p.323)
금택과 화순은 서로 어머니 곁에 머물고 싶어하면서도 달아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결국 화순이 대학을 선택하여 대구로 떠나고, 금택은 대학을 포기하고 어머니 곁에 남게 된다.
누비 바느질은 다른 바느질과는 달리 한 땀 한 땀을 같은 크기와 같은 간격으로 떠야 한다.
어머니의 누비 바느질의 속도는 다른 사람보다 느려서 옷 한 벌을 짓는데 일년이 걸리기도 하고 저고리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몇개의 계절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몇몇의 단골들이 옷을 맞추고, 그 삯으로 세 여자가 살아간다.
'금택은 바느질 한 땀이 쌀 한 톨'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깨달으며 어머니의 누비 바느질이 자신의 먹을 것과 입을 것과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앎으로 어머니의 삶을 존경하며, 눈썹 눈금자로 남들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바느질을 하는 어머니를 경외한다.
바느질하는 여자,
광목, 명주, 모시, 삼베, 옥양목 등등
모든 천이 어머니의 손만 거치면 훌륭한 옷감이 되고, 어머니의 고된 바느질로 한 땀씩 이어지고 나면 명품의 옷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 날아다니는 먼지, 어딘가에 버려진 쓰레기, 산 중의 나무와 들의 꽃들조차 옷감으로, 색색의 실로 표현하는 김숨의 표현은 상상을 초월한다.
바느질하는 여인들의 고된 삶과 개개인의 성격과 환경이 지배한 삶, 환경에 지배당한 삶 등..
모든 삶의 모습과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드물게 긴 소설이다.
행마다 쉽게 거칠 수 없는 표현들과 은밀한 대화들과 비밀스러운 마음들이 긴장감을 더하고
두 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어머니의 묵묵한 헌신과 사랑이 지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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