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청령포(단종을 만나다)

여디디아 2018. 9. 27. 16:24

 

                                                                                                                                 단종어소가 있는 강 건너편

 

 

  청령포 주차장에 세워진 단종과 정순왕후의 흉상                               유배지로 향하는 단종

 

 

                                                                                                                                      단종의 유배지 입구

단종  어소

 

 

 

 

 

 

 

 

 

 

                            훗날 영조가 쓴 비문                                                                  해우소 

 

관음송(단종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단종의 유일한 유적(정순왕후를 기리며 돌로 탑을 쌓았다고) 

 

 

 

 

 

                   삼면으로 둘러싼 강물은 깊고 억세다

 

 

              망향탑(한양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다고 한다)

 

 

장릉에 있는 단종역사관 

 

 

 

장릉                                                               단종  왕릉으로 가는 길

 

단종의 릉

 

 

 

                                                              엄흥도를 기리기 위한 정려각

 

 

김형경이 쓴 소설 '단종은 키가 작다'라는 책이 있다.

분명히 읽었는데 내용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번 추석연휴는 단종을 만나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어린 왕의 일대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김형경의 소설속에서 다시금 단종을 기억하게 되었었고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단종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청령포를 향하는 길은 새벽 3시 20분,

추석날 아들들과 며느리들과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은 두 손녀를 보냄으로 추석날의 행사는 마무리하고

오랫만에 자유로운 여행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새벽도 오기 전인 2시에 잠이 깨어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질 않아 주섬주섬 먹거리를 챙기는데 남편이 일어났다.

차가 밀리기전에 그냥 떠나자는 의견에 일치하며 새벽이 시작되는 3시 20분에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추석에도 잠은 자야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180km의 길 2시간을 달리고나니 영월의 청령포 주차장이고 시간은 5시 20분이다.

 

약식과 커피와 고구마와 삶은 계란까지 먹으며 아침을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더디게 더디게 오는 아침이다.

9시에 매표소에서 표를 판다기에 가까운 선돌을 구경가니 안개가 짙어서 희부연 형체만 보인다.

나란히 놓인 청령포에 대한 안내지를 몇번이나 읽고도 모자라 주차장 앞에 놓인 생태습지를 한바퀴 돌고오니 그제서야 9시다.

 

표를 받아들고 배에 오르자니 마음이 먼저 슬프다.

이미 몇 백년 전의 일이지만 단종이라는 말에 마음이 물기를 머금고 유배지를 향하는 발걸음엔 통곡이 묻었다. 

배가 한번 위치를 바꾸고나니 이미 하선할 곳이지만 배가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다.(물론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은 가능하기도 하겠다) 

배가 무리없이 건널 정도로 물은 깊고 물살은 거칠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였고 한면은 칼(刀山)처럼 날카로운 바위가 솟아나 있고 절벽같은 험준한 산세라 사람이 오를 수가 없는 곳이다.

외딴 섬 같은 산 속에 관음송이 울창하게 하늘을 향하여 서 있고 공기는 더 없이 말고 청청하여 더욱 외롭게 한다.  

단종이 소나무를 바라보며 때로 소나무숲에서 단종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해서 관음송(觀音松)이라고 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입구에 들어서니 관음송 사이로 단종어소가 보인다.

'설마 저건 아니겠지, 왕이 살던 곳이니 안으로 들어가면 나은 집이 있겠지'하는 내 바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고 초라한 집에는 시종과 시녀와 단종만이 살았던 곳임을 실감한다.

작은 방에 걸린 용포와 시종, 밤이면 근방에 살던 누군가가 밤마다 왕을 찾아와 문안을 드렸다고하니 잠시 위안이 된다.

단종의 유일한 유적이라는 돌탑을 바라보니 참으로 초라하기 이를 데가 없다.  두고온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하나하나 돌을 주워서 쌓아올린 돌탑, 옆에는 망향탑이 돌산으로 만들어져 있다. 

돌산위에서 한양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다고 하니 16세 소년의 삶은 얼마나 외롭고 고독했을까.

망향탑에서 내려다보니 강물은 무섭게 흘러내리고 있다.  

꼼짝도 못하고 갇혔을 어린 단종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울고 싶어진다.

 

청령포를 한바퀴 돌고난 후 가까운 곳에 장릉(단종의 릉이 있다)이 있다기에 5분을 달려 단종역사관에 들러 단종의 일대기를 돌아보고 왕릉으로 향했다.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체를 엄흥도가 지게에 지고 내려오다가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지팡이가 움직이지 않더란다.

아무리 용을 써도 지팡이가 움직이지 않아 '이곳에 왕을 모셔도 좋겠습니까?'라고 하니 그제서야 지팡이가 움직였고 그곳에 왕릉을 만들었다고 한다.

세조가 승하하고 중종이 단종을 다시 복위시켜 릉을 다듬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장릉에서는 해마다 단종제를 하는데 단종이 승하한 후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루지 못했기에 영월군민들이 해마다 단종의 장례식을 지낸다고 한다.

 

김형경의 소설에  '단종은 키가 작다'라는 이유가 이제서야 무릎을 치게 한다.

12살에 왕이 되어 15세에 유배지로 향하고 17세에 생을 마감했으니 키가 자랄 시간도 형편도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청령포에서 2개월간의 유배생활 중에 홍수로 청령포가 물에 잠기자 다시 뭍으로 나가서 유배생활을 했다는 단종..

그의 짧은 생애가 눈물겹도록 서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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