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인제자작나무숲

여디디아 2018. 9. 12. 13:49

 

 

 

 

 

 

 

 

 

 

 

 

 

 

 

 

 

 

인제자작나무숲

여기저기서 입소문이 자자하기도 했지만 몇해 전, 동생이 다녀온 후 꼭 같이 가자고 한 곳이다.

10월 3일 개천절에 6여전도회에서 인제자작나무숲으로 가을소풍을 가기로 약속을 했기에, 동생과 답사를 위하여 달렸다.

 

토요일 아침, 사무실에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늦게 출발할 수 밖에 없었고, 준경이가 이모와 엄마를 위해  준비한 비싼 커피까지 들고 춘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이미 만원이라 우리를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길이 주차장이 되었든, 시간이 훌쩍훌쩍 키를 넘기듯, 편안한 마음으로 오랫만에 둘이서 떠나는 가을여행은 행복할 뿐이다.

30분 거리의 가평휴게소까지 가는 길이 1시간을 훌쩍 넘는다.

가평휴게소에 들러 우리가 결코 통과할 수 없는 알감자와 마법의 핫도그까지 샀다.

감자값은 어느새 천원이 올랐고, 오른 수치보다 더 비싼건 양은 양대로 줄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니 30% 이상이 올랐다.

 

가평휴게소를 지나고나니 길 위에 차량은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이며 춘천을 지나 동홍천으로 들어서니 그나마 차량은 구경조차 어렵다.

양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생기고보니 국도는 텅텅 비어 고속도로 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동홍천에서 인제로 빠져 한참을 달리다보니 자작나무숲이라는 안내판이 나오고, 다시 9킬로를 달리니 자작나무숲이다.

잘 조성된 주차장의 마지막 자리에 주차할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고나니 느리게 달리고 온 보람까지 덤이다.

 

주차장에서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까지 2.5km이다. 

오가는 사람을 마주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작나무가 빼꼼하게 서 있는 숲이다.

며칠전 내린 비로 계곡엔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소리와 함께 흘러내려 더위를 식혀주는가 하면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니 알맞은 바람과 향긋한 공기가 가슴속까지 맑게 한다.

 

불에 탈 때면 자작자작 하는 소리를 낸다는 자작나무, 옛날엔 자작나무 껍질에 글씨를 썼고 지워지지가 않았다고 하니 신기하고 자일리톨 껌의 원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하얀 나무둥치에 회색으로 마디가 그려져 있는 모습을 보며 동생은 수많은 눈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고 한다.

나무 꼭대기에는 이른 봄처럼 연둣빛의 이파리가 찰랑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이 이제 막 새봄이 시작된 듯하다.

흰눈처럼 흰 나무위에서 연둣빛의 잎이 흔들릴 때 마다 은빛의 바람이 내속으로 스민다.   

 

오붓한 오솔길을 걷자니 여기저기 들꽃들이 청아하고 맑은 샘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갈증을 삭혀준다.

듬성듬성한 바윗돌과 잘 깔아진 카펫, 군데군데 자작나무를 잘라 기둥을 세우고 방패막을 만들고 다리를 내려놓을 쉼터도 마련하고 평상을 펼쳐놓기도 하고 벤치를 놓기도 하여 피곤하고 지친 몸을 부려놓게도 한다.

 

한바퀴를 돌고 내려오는 길은 임도를 택했다.

넓은 임도 한쪽으로 자작나무를 심어 놓았고 중간중간 다른 코스를 만들어 놓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넉넉한 마음으로 코스별로 걸어보고 싶지만 무리하지 않기 위하여, 답사온 것을 기억하기 위하여,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