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아부오름

여디디아 2018. 11. 3. 09:31

 

 

 

 

 

 

 

 

 

 

 

 

제주도에는 366개의 오름이 있다.

물론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발각되지 않은 오름도 있을테지만 공식적인 오름의 수는 그렇다.

오름이라 하면 아부오름이 먼저 생각나는건 이름이 쉬운 이유인지, 낮지만 멋진 오름이어서인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어서인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 어스름은 저녁식탁 앞에서 기웃거리고, 이미 물러간 오후는 희부연 새벽을 찾느라 길을 찾는 때,

어쩐지 허전한 마음을 들켰을까.

아부오름으로 향하는 영기씨가 고맙고 감사하다.

 

힘이 들어 오후에는 찻집에서 커피와, 택시안에서 쓸데없는 휴대폰과 친구하던 영숙이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아서 권했지만

완강한 쉼을 원한다.

환임샘과 둘이서 아부오름을 향하는 발걸음은 누군가 등을 떠밀지 않아도, 천천히 다녀오라는 영숙이의 부탁에도 저절로 속도가 붙는다.    

바라보기만해도 얕은 등성이와 곱게 드러낸 길의 민낯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마음은 어느새 설렘주의이다.

10분도 걸리지 않은 등성이를 오르고나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얕은 능선이지만 분화구는 오름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커다랗고 둥글게 자리잡은 분화구,  가을이란 이유로 모든 살아잇는 생물들이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고, 버석한 잎은 겨울을 앞두고 일어나는 각질과도 같건만, 아부오름의 분화구안은 초록초록이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여러가지의 침엽수들이 계절을 잊은채로 시퍼렇게 웅크리고 모여선 모습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커다란 오름의 둘레에 잘 깔아진 매트, 평형하고 편안한 길을 아가를 안고, 손을 작고 걷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소나무처럼 푸르고 그 마음이 하늘처럼 푸르다.

한바퀴를 즐겁게 걷고 내려가는 길,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아부오름 아부오름~~' 

콧노래로 부족하여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오늘의 오름은 여기서 끝내자고 했다.

한 곳을 더 가면 작사작곡 노래까지, 음반취입을 할 것 같으니 제발 여기서 끝내자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 제주도야지를 먹어야겠다.

 

아부오름은 노래를 만들게 하고 만든 노래를 부르게 하고,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들어야하게 만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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