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주 먼 섬
정 미 경 / 문학동네
정미경
나 보다는 한 살이 적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자로서, 늘 따뜻하고 내밀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던 작가 정미경,
그녀의 작품은 혹여라도 놓칠세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었는데 한동안 출판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궁금하던 차에 새로 나온 책 '당신의 아주 먼 섬',
그러나 이 책은 정미경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미 1년전에 하늘나라로 돌아간 사실을 전혀 몰랐으니..
2017년 1월 18일에 별세를 한 정미경의 유고작은 2018년 1월 18일에 남편의 손에 의하여 세상 밖으로 나왔다.
좋은 글을 쓰던 그녀의 명복을 뒤늦게나마 빌어본다.
당신의 아주 먼 섬
책의 무대는 어쩌면 작가의 고향쯤이 아니었을까.
남해 바닷가의 어느 한적한 동네,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낳아준 그 곳 바닷가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연수와 태원과 정모..
어릴적부터 함께 자란 이들은 바닷가인 고향을 떠난뒤 육지에서의 삶을 살아내려고 애를 쓴다.
사업을 하다가 빈털털이가 된 태원은 자산가인 아버지에게로 돌아가 사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실명을 앞둔 한쪽 눈을 가진 정모는 바닷가 마을, 예전에 자신이 자라던 곳에서 도서관을 만들어간다.
누구든지 와서 책을 읽고, 책을 집으로 가져가도 좋고 다시 누군가에게 빌려줘도 좋을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정모가 책의 주인공이다.
바닷가에서 도서관을 만드는 정모에게 평생 연 모하는 연수가 딸 '이우'를 잠시만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우는 남자친구 '태이'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자책하며 살아가고 자신의 뱃속에 태이가 들어있음을 알게된다.
스무살의 나이에 태원의 아이를 낳고 혼자서 키운 연수는 '이우'의 임신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걸림돌인가를 생각한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 '이우'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음으로 잊혀지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바닷가에 도착한 '이우'는 바닷가의 생활에 적응하며 남다른 평안을 누린다.
이런저런 일로 잔소리를 들이미는 이삐할미와, 말을 할 수 있지만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음으로 벙어리로 살아가는 판도와 자신을 보살펴주는 정모로부터 지금까지 받아보지 않았던 정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태이로 인한 그리움은 판도에게는 미친듯한 질투를 일으키지만 판도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이우를 편안하게 한다.
세상에는 늘 상대적인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태원의 아버지 영도는 사업가로서 빈 틈이 없다.
이웃이든 자식이든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은 존재는 모두 내려친다.
악한 것의 끝이 '죽음'이란 것은 동화의 내용이 아닐까마는 영도의 죽음은 막힌 속을 뚫어주는 듯하다.
고향을 떠난 친구들이 고향을 비웃으면서 결국엔 다시 돌아가는 곳,
어떤 모양으로 돌아올지라도 두 팔을 벌려 반겨주는 곳이 고향인가 보다.
때로 성이 난 흰파도가 거대한 이빨의 모양으로 모두를 집어 삼킬지라도 바닷가를 형성한 모래는 늘 따뜻하며
둘러싼 바위들은 또하나의 신의 모습으로 견고하게 둘러쳐준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결국 '당신의 아주 먼 섬'은 작가 정미경의 섬이 되고 말았음이 안타깝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먼 먼 섬으로 돌아간 정미경,
부디 편안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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