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달의 영휴

여디디아 2018. 1. 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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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盈虧)

 

사토 쇼코 / 서혜영 옮김 / 해냄

 

달의 영휴 : 달이 차고 기우는 것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은 환생을 의미한다.

처음 시작은 가볍게 즐기며 읽으리라 하던 것인데,  속으로 들어갈수록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같은 이름에 성만 다른 여자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이것인가 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끝이려나 하면 다시 시작인..

마지막 책장을 덮을 쯤에야 이해가 되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추천인은 두 번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책이라고 한다.

재미도 있지만 이해가 되기 때문이겠지.

 

스무살의 대학생 청년 미스미 아키히코와 스물일곱의 유부녀 마사키 루리,

아키히코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디오대여점앞에서 비가 내리는 날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한다. 

결혼생활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던 루리를 아키히코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대학생인 아키히코와 영원히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며, 우연 같은 자살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난 몇 번 죽어도 다시 태어날거야. 아키히코 군이 비칠비칠 할아버지가 돼도.

 젊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서 아키히코 군 앞에 나타나서 유혹할거야"

"하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난 최초의 남녀에게 죽을 때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어.

 하나는 나무처럼 죽어서 씨앗을 남기는, 자신은 죽지만 뒤에 자손을 남기는 방법, 또 하나는 달처럼 죽었다가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나는 방법...... 인간의 조상은 나무 같은 죽음을 선택해 버린 거지. 하지만.. 난 달처럼 죽는 쪽을 택할 거야"

 "달이 차고 기울 듯이,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거야. 그래서 아키히코 군  앞에 계속 나타나는 거야".

 

'루리도 하리도 빛을 비추면 빛난다'

 

소설은 이어지는 루리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처음 주인공인 나라오카 루리가 죽음으로 마사키 루리로 탄생하고, 마사키 루리(노조미)의 죽음으로 다시 오사나이 루리가 태어나고 오사나이 루리가 죽음으로 다시 미도리자카 루리가 탄생한다.

달이 차고 기울듯이, 인간의 생명도 소멸과 생성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미스미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해 거듭되는 생명으로 주변을 돌고 도는 루리라는 이름의 여자,

처음 마사키 루리의 20대의 죽음과 오사나이 루리의 열아홉의 죽음이외는 노조미(엄마 뱃속에서 엄마에게 루리라는 이름을 원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노조미라 불렸다)의 죽음과 마지막에 나타나 모든 것을 밝히는 미도리자카 루리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의 삶은 미스미 아키히코를 찾는, 사랑을 못 잊음으로 미스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생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남자를 그리워하며 누군가에 의해 태어나기를 반복한다는 이야기다.

현실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이야기인데, 누군가는 실현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달이 차고 기울듯이 사람도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건 무질서한 것이 아닐까?

이전의 生을 기억하고 찾아나서는 세상이라면 이 세상은 얼마나 혼돈스러울까.

 

스무살의 청년과 스물일곱의 유부녀의 사랑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하더라도 불륜일 뿐이다.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름으로 生을 반복한다는 것은 죄악을 합리화시키려는,

굳이 자신의 사랑만이 아름답다고 고집하는 터무니없는 자기합리화가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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