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권상미 옮김
아기들 때문에 김장을 담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큰언니에게 알타리 김치 한 통을 드렸다.
어릴적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욕심이 유독했던 서아가 박사학위까지 공부하느라 결혼까지 지각을 했지만 감사하게도 건강한 아들 혜강이를 출산했다.
이모로서 나이 든 조카가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은 감사일 수 밖에 없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핑게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보낸 김치가 서아 입맛에 잘 맞았나 보다.
이모 김치 맛있게 먹었다며, 100일을 맞은 아기를 돌보는 것으로도 정신이 없을텐데 감사의 마음으로 책을 보낸다고 하니...
고맙다며 냉큼 주소를 불러주었다는 ...
올리브 키터리지,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처음엔 장편소설이구나 싶었는데, 한 단락이 끝나자 전혀 새로운 소설이 시작되었다.
단편인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다시 앞의 내용과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평범한 소설의 이어짐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가 주무대라면 어디가 어딘지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데, 들어보지도 못한 미국의 어느 마을의 이름은 생소하고 마음에 착착 감기지도 않고 늘 낯설고 어설퍼 혹시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몇번씩 확인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중년의 부부 헨리와 올리브 키터리지,
성실한 남편 헨리 키터리지는 동네에서 약국을 경영하며 친절한 약사로서, 이웃 주민으로, 올리브의 남편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헨리의 아내 올리브 키터리지는 크로스비 중학교 수학교사이지만 여자로서 다소곳하거나, 친절하거나 상냥한 것과는 거리가 먼,
여장부 같은 타입이다.
남편 헨리를 사랑하지만 늘 불퉁거리며 말을 하고, 하나 뿐인 아들 크리스토퍼에게도 친절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는 아들 크리스를 목숨처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들은 엄마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헨리와 올리브 키터리지의 가정을 보며 한 가정의 이야기이기에 앞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사의 모습을 그려놓았다고 볼 수 있다.
중년의 나이, 남편과 아내가 서로 질투하지 않을 만치의 생활속에서 이미 사랑은 지나고 익숙한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도 연분홍 빛깔의 사랑은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약국 종업원 데이즈를 통하여 헨리는 사랑을 품게되고 다시금 젊은 청년들의 마음처럼 설레이는 삶을 은밀히 즐기지만 가정을 지키며 올리브를 사랑하는 자신의 약속을 깨트리지 않는다.
올리브 역시 동료인 짐 오케이시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도망을 하자는 짐 오케이시의 말에 또다른 삶을 상상하며 은밀한 기쁨을 누리지만 교통사고로 짐 오케이시가 죽자 큰 슬픔에 빠진다.
잠을 못이루는 올리브를 보며 헨리는 올리브의 늦은 사랑을 알게 되지만 이를 탓하지 않은채 일상을 유지한다.
크리스토퍼, 그들의 아들인 크리스는 수잔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되고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하게 된다.
며느리를 맞은 올리브의 질투심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시어머니의 터무니없는 무례함을 잘 나타낸다.
지나치게 똑똑한 며느리가 죽도록 못마땅하던 그녀에게 1년만에 파경을 맞이한 아들의 가정과 아이가 둘이나 딸린 앤과 재혼하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아들의 초대로 아들네로 간 올리브는 상실감과 배반감을 느낀다.
아내밖에 모르는 아들과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아들이 서운하기만 하여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아들은 붙잡는 대신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내몬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 책을 집어삼킬만치 열심히 읽었다.
아들에 대한 기대는 결국 스스로를 잠식시키는 독약임을 깨달으며, 결혼한 아들을 내 아들이라고 우기는 愚를 범하지 않아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미련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롭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헨리는 요양원에서 숨을 거두고 혼자 남은 올리브는 지옥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고 홀로 남겨진 사람은 지옥을 경험한다는 올리브의 말이 처연하다.
배우자를 잃은 잭과의 시간은 남은 생을 이어가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일흔이 넘었지만 상대방의 손과 어깨를 그리워하며 육체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모든게 끝났다고 여겨지는 것은 거기까지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경박함은 아닐까.
소설은 올리브와 주민들이 살아가는 세상살이이다.
10대에서 부터 아흔에 이르기까지,
탄생과 죽음, 생성과 소멸, 사랑과 이별,
부부간의 관계와 자식과의 관계, 느닷없이 찾아든 사랑에 대한 대처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사랑의 힘과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 이웃의 슬픔이 나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이 한치의 거짓없이 나타나 있다.
또한 불륜일지라도 마음에 와닿는 사랑의 기묘한 기쁨과 설레임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너무나 생생하며,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싶은 솔직한 마음또한 충분한 공감대를형성한다.
이 책은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이야기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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