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딸에 대하여

여디디아 2018. 1.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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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김혜진 / 민음사

 

 

엄마와 딸,

학생 신분일 때 까지는 엄마가 딸의 방패막이가 되고, 학생 신분을 벗어나면 딸이 엄마의 방패막이가 된다.

날씨가 추우면 엄마를 위하여 장갑과 목도리를 선물하고, 여름이면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예쁜 부채를 선물한다.

엄마의 기분이 울적하면 기분전환용으로 지폐를 건네고 이름붙은 날이면 명품 백을 건네고 생일이면 질감좋고 색감좋은 옷을 선물하고 어버이 날이면 카네이션 속에다 신사임당을 주르르 꽂아서 선물한다.

딸과 함께 해외여행도 하고 국내여행도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진정 부럽다.

 

딸에 대하여...

어떤 내용일까 많이 궁금했다.

책을 읽어가며 행여라도 이런 딸이 내게 있었다면 나는 과연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딸이 없는 것이 훨씬 행복하구나..

두 아들이 때로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슬프게 했고,  상처나게도 했었지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어서 안도의 한숨마져 내쉬었다는 사실이다.

 

교사로서 살아가던 '나'는 병든 남편이 죽고나자 여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직업을 찾아서 한다.

나이가 들면서 직업은 점점 하락하고. 그만치 몸은 힘이 들고 수입은 그만치 줄어든다.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잘 키운 딸 하나' 는 공부도 잘하고 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하여 대학 강사 자리까지 얻는다.

딸을 위해서라면 모든걸 감내하며 살아온 모든 여자들의 삶처럼 '나' 또한 딸을 위하여 헌신한다.

 

 

'딸애는 내 삶 속에서 생겨났다. 내 삶 속에 태어나서 한동안은 조건 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존재,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 혼자 태어나서 저 스스로 자라고 어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걸 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언젠가부터는 내게는 통보만 한다. 심지어 통보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딸애가 말하지 않지만 내가 아는 것들, 내가 모른 척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딸애와 나 사이로 고요히, 

시퍼렇게 흐르는 것을 난 매일 본다'(p.37)

  

그게  어디 딸 뿐일까.

나도 엄마한테 그랬을테고, 나의 두 아들도 마찬가지다.

자식이란 부모의 헌신은 모르고 저 혼자 스스로 나서 스스로 자란줄 아는 존재,

그래서 부모는 상처받고 다시 이해하고 용납하고 또  목숨처럼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딸은 기함할 딸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딸이 독립을 하는가 했더니 레즈비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강사로 있던 대학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해고되고, 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해 집으로 들어온 딸은 '그 애' 딸의 애인을 데리고 들어온다.

상상만으로도 엄마의 힘든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애들과 지내는 동안 내가 또 무엇을 더 보게 될지 두렵지 않은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순간과 장면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

 내가 상상하고 짐작한 바로 그것들을 똑바로 봐야 하는 것,

 어쩌면 내가 각오한 것보다 훨씬 끔찍하고 두려운 모습일지도 모르는 어떤 것.'(p.63)  

 

'나'는 요양병원에서 '젠'이라는 노인을 보살핀다.

결혼도 하지 않고 외국에서 공부하여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고, 한국에 들어와 이주민들을 위하여 물질적인 도움을 주며 자신의 생을 남에게 헌신하는데 바친 노인이다.

일생을 바친 국가도 죽음앞에선 '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물질적인 후원을 받은 필리핀 이주자 '따팟' 역시 끝내 병원을 찾지 않는다.

혼자 죽어가는 '젠'을 정성껏 돌보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 훗날 자식도 남편도 없이 죽어갈 '딸'을 보게된다.

남을 위해 헌신한 '젠'을 돌보는 모습은 어쩌면 훗날 '나'와 '딸'에게도 누군가 지금의 '나'처럼 정성으로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레즈비언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애가 끓고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이해할 수 있으며

'젠'을 돌보며 이웃들을 향한 '나'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는 딸, 부당함에 맞서 데모하는 딸을 향하는 엄마의 아픈 마음,

그러면서도 나서지 못하는 안타까움, 이성과 감정의  어긋남의 치열함...

 

어떤 이유라도 동성애는 이 땅에 발 붙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 또한 겨울바람처럼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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