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현남 오빠에게

여디디아 2018. 1. 5. 12:14

 

 

현남 오빠에게

 

조 남 주 외 / 다산책방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얼마전 읽었던 82년생 김지영이란 글을 읽고 조남주를 기억하고 관심이 깊어졌다.

다행히 현남 오빠에게라는 책이 눈에  띄어 주문을 한지가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 함께 주문한 도서가 준비되지 않아서 늦게서야 도착했다.

 

조남주 - 현남 오빠에게

최은영 - 당신의 평화

김이설 - 경년(更年)

최정화 - 모든 것을 제자리에

손보미 - 이방인

구병모 -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 - 화성의 아이

발문 - 이민경

 

단편소설 7편이 수록된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남오빠에게와 당신의 평화, 경년을 읽으면서 흥분 상태에 이르렀다.

너무 재미있고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나 솔직하여서 이렇게 글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반면, 모든것을 제자리에, 이방인,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화성의 아이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한편 지루한 기분이 들었다.

 

현남 오빠에게...

'나'는 남친으로 부터 프러포즈를 받고 그동안 남친과의 관계를 돌아본다.

남친과 만나기로 한 카페에 10시간 먼저 나온 나는 남친에게 긴긴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면서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채, 남친의 여자로만 살아왔던 자신에게 분노한다.

부산에서 서울시내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첫날 강의실을 찾다가 현남오빠에게 강의실을 묻게되고 이후 그들은 10년 동안  연인으로 지내게 된다.

부모나 친구도 없는 서울생활은 현남오빠에게 의존하게 되고, 행여 현남 오빠로부터 버림을 당할까봐 그의 비위에 맞추며 그의 방식에 고스란히 자신을 내어준다.

프러포즈를 받은 후 거절하는 마음으로 쓰는 편지에는 그동안 자신의 어리석었던 행동과 남자의 당연한 듯한 사고들에서 벗어나야 함을 깨닫게 된다.

편지 내용 하나하나가 얼마나 확실하며 세밀하고 진솔한 것인지.

마지막 마무리에서 혼자 키득키득 웃기를 몇번이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데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청혼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이 개자식아!' (p.38)

속 시원하고 좋기도 하면서, 10년 동안 현남 오빠를 의지하면서 때론 이용하면서 살았던 자신의 모습은 조금도 바라보지 못하는 몰염치도 느껴보는건, 아들만 가진 나의 무례함일까?

 

당신의 평화 - 최은영

아들 준호의 약혼녀 선영이 처음으로 시아버지의 생신을 맞이하여 시댁에 방문하는 날을 담았다.  

부모를 대신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자란 선영은 특별히 모난 곳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인 정순은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쩌면 흔한 고부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아들을 빼앗기는 마음(준호가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을 딸인 유진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불만을 표출한다.

정순의 딸 유진은 냉정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여자의 입장을 정리한다.

선영이 다녀간 후 엄마가 하는 말..

"부모도 없이 큰 애를 우리가 받아줬다"

 유진은 그 말을 하는 정순의 얇은 잿빛 입술을 바라봤다. 머리 위로 피가 빠르게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식이라면 엄마 곁에 아무도 안 남아. 이렇게 추한 생각하는 사람, 얼굴 보고싶지도 않고 말 섞고 싶지도 않아. 갈게"

엄마인 정순은 자신이 살아온 날들이 억울하고 그런 삶에서 벗어나 오로지 선영만을 위하는 아들 준호가 또한 꼴 보기 싫다.

선영-유진-정순..

딸인 유진이 중간에서 여자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권위를 지켜줌이 고맙고, 그런 시누이를 둔 선영이 감히 부럽기까지 하다.

 

경년 - 김이설

첫 도입부터 파격적이다.

옮겨 담을 수 없다.

1등을 놓치지 않는 중학생 아들과 아이돌을 꿈꾸는 초등학생 딸,  

특별할 것도 없는 남편과 살아가는 나는 서서히 갱년기에 접어든다.

모든 것을 갱년기로 갖다붙이는 것은 또한 갱년기라는 이름으로 이해가 되는 희한한 상황이다.  

성적 상위권의 학생들 어머니의 모임이 있는 날,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다.

아들 세훈이가 여학생들과 사랑은 없고 섹스를 하고 다닌다는 끔찍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사실을 말하는 엄마에게 세훈은

"나도 숨 쉴 여유는 있어야지.  엄마가 원하는 성적을 내고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갈테니 나 좀 그냥둬.

 아빠가 알아도 엄마처럼 난리법썩은 아닐거야"라는 말에 나는 충격을 받는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 역시 아들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여학생들을 탓한다.

미친년들, 남학생 꼬셔서 그짓한다며...

나는 여학생들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과할 마음이다.

사랑이 없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아들의 행위가 미안하고, 대책없는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진다.

 

세 편의 글을 읽으며 여자의 적은 여자이기도 하지만, 여자를 이해하는 것 역시 여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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