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82년생 김지영

여디디아 2017. 12. 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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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 민음사

 

여름내내 교보문고 첫페이지에서 알짱거리던 책이다.

제목도 그렇고 어쩐지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접은 책이다.

지난번 윤동주 문학기행에서 어느 분이 '한번 읽어보시라'  며 권하길래 집었다.

 

아무 책이나 무조건 읽어서도 안되지만, 또 무조건 밀어내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어 페이지를 읽어가는 동안  난 이미 작가의 글에 감탄을 쏟아냈다.

문장을 이어가는 품새가, 표현하는 가락이 어찌나 진솔하고 현실적인지.

귀한 작가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덮어버릴 뻔한 나의 오만함을 들여다봤다.

 

82년생이라면 우리 큰아이보다 3년이 빠른 여자이다.

굳이 82년 김지영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소설을 써내려간 이유가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하다. 

아니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추상적이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82년생 김지영이 태어나 2016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가난하거나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보통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집안이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명퇴를 강요받아 명퇴를 하게되고, 주변에서 사업을 하자고 끌어들이나 엄마의 반대로 포기한다.

엄마 또한 3남매를 키우며 부업을 하고 적금을 넣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물론 나보다 경제관념이 확실하고 재테크에 대한 사리가 분명하여 가정을 잘 세워나가는 알뜰한 여자의 모습이다.

 

1982년 김지영의 출생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보통의 여자처럼 살아가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이다.

출생부터 차별된 성비, 할머니로부터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엄마는 같은 여자로서 딸을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아 은영과 지영을 나름대로 잘 양육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생활에서부터 '여자'로서의 부당함이 하나씩 드러나고 그 부당함에 대하여서 구경만하는 자신을 목도한다.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이성친구를 사귀고, 취업을 하면서 본격적인 '여자'로서의 부당함을 너무나 세밀하게 그려낸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 해.

 지금도 봐, 학생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줄 알아?" (p.97)

 

이 한 문장이 전체를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져도 남자와 구별되고, 같이 입사해도 월급은 차별되고, 같이 근무를 해도 승진은 남의 일이고...

 

결혼 후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맘충"으로 비난받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터 그런다.

"남자들은 점심때 수제비 먹고 여자들은 남자가 벌어주는 돈으로  스케이크 먹으며 즐긴다"고..

이젠 그런 말을 하지 않아야겠다.

살림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인간이다.

수제비를 먹을 수도 있고 스테이크를 먹으며 즐겁게 지낼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비약을 하는 것일까.

 

결혼한 딸은 명절 날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친정에 와야하고, 며느리는 그 딸의 점심과 저녁을 해다 바쳐야 하는 현실,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예요. 저희 집 삼 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 같이 얼굴 볼 시간 없어요.

 요즘 젊은 애들 사는게 다 그렇죠.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 주셔야죠"

 

명절날 김지영이 시아버지께 드리는 말씀인데 속이 시원하다. 

 

처음 글의 시작은 김지영의 이상증세로 시작한다.

산후우울증에서 육아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가끔 엄마의 모습이 빙의되기도 하고 선배언니의 모습이 빙의되기도 한다.

그러다 명절날 시댁에서 기어히 할 말을 쏟아내고야 만다.

 

82년생 김지영의 에피소드나 이야기들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 우리가 직접 겪은 일들이 내밀하게 그려져 있어서 놀랐다.

어쩌면 이렇게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시 이어가는 것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정치적인 변화와 여성에 대한 통계까지 자세하게 설명함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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