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다른 사람

여디디아 2017. 10. 2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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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강 화 길 / 한겨레출판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여자, 서른 두살 김진아

여행사에서 잘 나가는 직원이며 상사이자 팀장인 이진섭이 남친이다.

이야기는 진아의 고백부터 시작된다.

 

남친인 이진섭이 여친인 진아를 폭행하고 진아는 다섯 번째 폭행 후 이를 고발한다.

진아가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자 회사가 먼저 발칵 뒤집어진다.

개인의 보호 보다는 회사의 이미지가 우선이고 여행사의 이미지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손익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역시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이며 재밌고 신나는 가십거리가 된다.

회사에서 친하다고 믿었던 여직원이 회사단체카톡을 캡처하여 인터넷에 올리므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자신의 폭행 당함이 많은 이들에게 분노가 되고 자신의 편을 들어주리라 믿었지만 의외의 결과에 진아는 실망한다.

뿐만 아니라 진아를 설득하며 그동안의 데이트 상황까지 상사의 입을 빌려 듣게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 부분에서 남자들의 치사찬란함이 눈이 부시게 빛이 나고 두꺼운 낯짝들을 향하여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누구와도 만나지 않은 진아가 어느 날 인터넷 댓글에

 "진아는 거짓말쟁이다. 진공청소기"라는 악플을 읽은 후  대학생활을 했던 안진으로 내려간다.

 

안진에 내려간 진아는  과거와 마주한다.

좋은 기억보다는 아픈 기억이 남은 곳이라 결코 다시오지 않으리라 여겼던 안진,

시골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 안진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진아는 서울로 편입함으로 안진을 잊었다.

안진에서 다시 스물한살의 기억으로 돌아간 진아는 친구 수진과 유리, 동희와 현규와 얽힌 대학생활을 기억하고

수진이 마지막 악플을 달았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수진과의 유년시절, 춘자네 딸로 동네 사람들로부터 모욕을 당하던 수진이지만 할머니로부터 받는 무한한 사랑은 진아를 더욱 외롭게 하고 집안에서 기대를 받던 수진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힘겨워한다.

수진과 같은 대학에서 다시 만났지만 서로를 의식하며 유년시절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여자이기에 당해야 했던 일들,

거절하지 못하고 거부하지 못한 일들이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 역시 여자라는 이유로 침묵하며 견뎌야 했던 일들을 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고있다는 사실이 답답해진다.

친구를, 애인을 잃게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

대학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이 남자와 여자, 심하게 말하면 수컷과 암컷과의 싸움이라는 느낌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물론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일이기에 더욱 화가 돋는다.

 

남친이 폭행을 해도 여자의 잘못을 들먹이고 사생활의 모든 것까지 침해 당하는 현실,

강간을 당하고 싶다는 가당치 않은 말들을 뱉으며 남자들은 오히려 세상을 비난하고 자신들의 비열함을 옹호하려 든다.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가 검색되어지고 수 많은 댓글을 보는 심정이 너무나 적나라하다.

힘을 실어주며 응원을 주는 댓글보다 자신을 나무라는 악플을 읽으며 결코 드러내지 않았어야 할 자신의 이야기가 그제서야 후회된다.

인터넷의 댓글과 직장상사와의 대화를 읽으며 너무나 현실적이고 섬세한 표현에 놀랐다.

감정이 충만한 나는 화가 나고 부들부들 떨리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이 후 대학시절을 기억하며 유리의 죽음과 남자들의 행태를 찾아나서는 과정은 다소 실망스럽다.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하지 못하고 거부하지 못하는 것,

내 것을 내 것이라 주장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남 보다는 내가 우선이란 사실을 절실히 깨달으며 그만치 나는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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