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인지, 며칠인지 셀 수도 없을 만치 긴 연휴이다.
봄꽃이 화려하던 5월에 추석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가기로 계획하며 아들들에게 물으니 세현인 다른 계획이 있단다.
네델란드에서 한 학기를 공부했던 이유로 글로벌한 친구들이 세계 곳곳에 있어서 자꾸 부른다고 하니...
이런저런 이유를 들추기 전에 무조건 제주도로 여행을 계획하고 비행기표를 알아봤는데, 맙소사..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표가 이미 매진되고 없으니..
여행사가 표를 몰수하여 렌트카와 숙소와 함께 판매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인터넷을 뒤지고 항공사를 뒤져도 표가 나올리 만무하다.
그나마 미리 예약을 했기에 걱정없이 다녀올 수 있었지만 추석이 임박해서는 제주도행 티켓을 80만원에도 구입하지 못하고 중국을 거쳐서 제주도로 간다고하니 어이가 없다.
서민인 우리형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이 때가 지나면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미련없이 질렀고, 오지 않을 것 같은 추석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인아와 주현이와 성희와 서방과 함께 한 제주여행,
10월 3일 새벽 4시 30분, 이안아파트를 출발함으로 2박 3일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다행이 연착하지도 않고 날씨도 좋아 정해진 시간에 제주공항에 도착을 하고, 렌트카를 찾아서 에코랜드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황금연휴의 시작이 사람들의 북적거림 속에서 피부에 와 닿는다.
길게 밀려선 사람들, 꾸역꾸역 디밀고 들어서는 사람들, 틈새에 끼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몇번은 놓치고 타는 기차..
몇번째 왔지만 올 때 마다 새로워지고 풍성해지고 다양해 진 에코랜드는 날이 지날수록 인기가 높아진다.
키즈타운에서 인아가 신나게 노는 틈을 이용하여 서방과 나는 긴 의자에서 한잠을 자기도 했다.
인아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라 필수 코스로 넣은 곳이다.
서방도 즐겁게 구경했으면 좋겠는데, 무슨 인간이 어딜가도 시큰둥이다.
특별한 감동이 없다는 것은 마음이 각박하다는 뜻일게다.
에코랜드에서 노꼬매오름으로 가려고 했는데 피곤에 지친 인아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다시 나서려니 이미 3시가 넘었고 노꼬매로 향하는 데 4시가 지난다.
포기를 하고 돌아오는 마음에 거미줄이 견고하게 쳐지고 마음은 석회가 굳어지는 듯이 굳어진다.
이래서 여행은 혼자여야 한다..를 속으로 되뇌인다.
주현이가 검색한 고등어조림은 정말 맛이 있었다.
하루종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인아의 폭풍흡입이 걱정스럽기까지 하지만 아무 탈 없이 소화시킴으로 안도한다.
빌레리조트는 서양적인 그림이고 시설도 잘 되어 있다.
고내리 해안절경이 바로 앞이라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푸른바다와 파란하늘이 정말 이국이 아닐까 싶어진다.
인아와 함께 한지붕에서 잠자리에 들고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고 "인아야" 부리기만 하면 쪼르르 달려온다는 사실이
화려한 연휴보다, 이국적인 풍경의 제주도보다 더 흐뭇하다.
완전한 할머니의 세계로 침입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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