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오름은 내 인생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다.
썬님의 블러그에서 사라오름을 본 후로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다짐했고 기회를 노렸다.
잠정적으로 이번 여행의 목표 또한 사라오름으로 정해 놓고 있었다.
인아와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에는 각자가 행동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사라오름을 다녀와서 한라산둘레길 이승이오름을 걷기로 야심차게 다짐을 하고 배낭에 간식도 든든하게 채웠다.
인아네가 본태박물관엘 간다기에 성판악에 내려달라고 하니 조금 둘러서 가야한단다.
차를 한 대만 렌트했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 불편하더라도 참아야 한다.
성판악에 내려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화장실엘 들르고 스틱을 꺼내고 신발끈을 다시 묶고나니 장로님과 눈 쌓인 백록담을 오르던 기억이 난다.
눈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 10센티의 자리만 보여도 앞으로 돌진하던 장로님의 모습이 새롭다.
50~80만이 제주도로 모인다고 했는데 한라산 입구는 한가하다.
힘들게 산에 오르기보다 편안한 곳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보니 거의가 가족끼리 왔다.
이미 며칠전에 제주도로 온 가족이 이사온 듯한 큰형부 말씀에는
"외할아버지네와 온 사람만 있었고 친할아버지네와 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더라"고 하신 말씀이 맞다.
아이들과 조부모님들과 함께 온 여행이니 산이나 둘레길 보다는 박물관이나 놀이공원이 복잡할 것 같다.
성판악에서 한라산으로 들어서니 여전히 가슴이 뛴다.
몸무게가 늘어도 심장이 뛰는 속도는 똑같다.
마치 흥분제를 복용하기라도 한 것처럼 설레이기도 하고 달뜨는 기분이라니...
사라오름을 향하여, 백록담을 향하여 한발 한발 내딛는 즐거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라산 처음 시작은 마치 새봄이 시작되듯이 연록색의 초록잎들이 나른거리며 흔들린다.
가을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아직도 봄인듯 하다며 종알거리며 올라가니 꿈인듯 싶다.
한참을 올라가니 속밭대피소가 나온다.
잠시 쉬면서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고 다시 사라오름을 향하여 고고싱이다.
사라오름 입구에 서니 진달래대피소를 오르는 길에서 좌측으로 0.6km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사라오름까지는 데크로 된 계단으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기다리고 사모하던 사라오름의 입구,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흥분된 마음으로 사라오름을 바라보니 맙소사~~
눈 앞에 안개가 자욱하고 앞에 선 서방도 보이질 않는다.
블러그에서 보던 사라오름의 산정호수가 나를 반기리라 의심치 않았건만 무정하게도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더듬거리며 사라오름 전망대로 향하니 거기에도 안개가 자욱하여 온세상이 뿌옇다 못해 우울하다.
엄마와 딸이 함께 여행을 와서 어제는 윗세오름을, 오늘은 사라오름을 올랐다는 모녀가 부러워진다.
여행을 위해서 딸이 계획하고 준비하고 돈을 지불하고 왔다고하니 엄청나게 부럽다. ㅠㅠ
부러운 딸이 사진을 찍어주고 커피를 나누어주고 김밥도 나누어준다.
안개가 걷힐 듯해서 기다렸지만 끝내 안개는 걷히질 않고 비까지 내린다.
그렇게 기다리고 사모하던 곳이건만 나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마음같아선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리다가 산정호수의 신비한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옆에서 보채는 서방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서야 하는 마음은 아쉽기가 말할 수 없다.
신기하게도 한라산은 언제 어디서나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오는 길이 힘들고 길다.
비가 마치 여름장맛비처럼 쏟아지는데 작은우산 하나로 비를 긋자니 어림없지만 한라산에서 비를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샀다가 풀고 다시 빼고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했다가 최종적으로 제주도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에 비 옷을 마지막으로 뺏다는 사실이다. ㅠㅠ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성판악에 도착하니 성희가 깜짝 놀란다.
서귀포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햇볕이 쟁쟁거렸다고 하니...
아쉽기만 한 사라오름..
언제다시 너를 만나러 내가 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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