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 김 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여름휴가철이 평내광고에겐 가장 비수기이다.
날씨가 더워서 나오기조차 싫고, 일년에 한번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모두들 일에서 잠시 손을 놓은 듯하다.
그렇더라도 너~무 한가한 것 같아 염려가 되었는데 의외로 서방이 "쉴 때 쉬자"라고 하기에 마음을 푹 내려 놓았다.
그러고나니 아침산행도 여유롭고 아침 걷기도 여유롭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는 고대하던 시간들이기도 하다.
서방은 서방대로 시간만 되면 낚시털 달려간다.
어제 오후엔 양평으로 내달리더니 밤에 무섭게 퍼부어대는 빗줄기로 허탕치고 돌아오더니 오늘 아침엔 수동으로 메기를 잡으러 갔다. 내일은 메기매운탕으로 다이어트를 실패해야 할 것 같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내 성격이 좀 적극적이다. 해서 오지랖이다.
남의 일도 내 일 같이 덤비고, 굳이 하지 않아도 좋을 일을 성질에 못이겨 하곤 한다.
그래서 뒤탈은 늘 아프게 하고 소화불량에 걸리게 하기도 한다.(마음의 소화불량)
가급적이면 물러서고 싶기도 하고 거리도 두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다.
1부 - 나 답게가 중요해
2부 - 고통은 뒤집어 볼 일
3부 - 타인의 오해
4부 - 보통의 행복
한 페이지도 채 되지 않은 에세이들이다.
저장하여 하나씩 꺼내어야 할 내용인데 여전히 여름바람에도 견디지 못할 나의 아둔한 머리이고 보니...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내 마음에 각인되고 때로 하나씩 내 삶에 적용된다면 성공한 것이 아닐런지.
아마 그러리라고, 어쩌다 지금껏의 내 모습이 아닌 '내'가 툭 튀어나오리라 믿어본다.
1부 나 답게가 중요해...는 글쎄다.
평소의 나는 나 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나만의 시간이 있고, 혼자 산을 헤매며 나와 오롯하게 보내는 시간도 있다.
그 정도이면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나약하다는 부제의 글이 있다.
'비행기 사고가 났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가족과 운 좋게 무사히 살아 돌아온 가족의 환희가 엇갈린다.
이 환희는 단순히 내 가족이 살아 돌아와서가 아니다.
죽은 자들의 불행을 절감했기에 살아남은 내 가족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사망자 가족의 슬픔을 곁에서 지켜볼수록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행운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고 이기적이다. 지금껏 살아온 나의 시간 또한 그러했음을 나는 뼈저리게 느낀다'(P.76)
자녀는 타인 중에 특별히 친한 타인이다.
'자녀는 철저하게 타인이다. 타인 중에 특별히 친한 타인이다.
특별히 친하다는 예를 찾아본다면 교도소를 출소한 그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이다.
자녀가 아닌 다른 누구를 위해 이처럼 정성들여 대접하는 타인이 도 있을까'(P.122)
자녀이기에, 부부이기에, 형제이기에 우리는 예의없이 말하고 만만하게 대할 때가 많다.
인간은 '내'가 아닌 이상 '누구'나 타인인 것을 잊은 이유이다.
타인이지만 '친한 타인'임을 인지하고 약간이 거리를 둔채 살아야겠다.
그나저나 어제부터 교훈적인 책만 읽었더니 마치 수업 중인 학생같으다.
머리 좀 식히자.
참, 책이 160쪽이지만 페이지마다 꽉 들어차 있지 않아 듬성듬성 알갱이가 빠진 옥수수 같다.
자고로 옥수수는 빽빽하게 꽉 차 있어야 섬섬옥수(ㅋㅋ) 처럼 이쁘고 빛이 나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노안의 눈이 더욱 침침해지고 아른거리기까지 하다.
종이 결도 재생紙처럼 힘이 없이, 장마철의 종이처럼 흐느적거린다.
그래서 좀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