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 영 하 / 문학동네
언제부터인가 김영하의 책을 고르려면 손이 잠시 망설여진다.
이해하기가 어려워 공감보다는 공부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이번에 신간 출시를 보면서도 여전히 망설망설하는 내 마음을 보고 손 끝을 보다가
어느날 알쓸신잡인가 뭔가하는 TV프로를 보면서 결심을 했다.
프로에서 김영하는 "문학은 읽는 사람이 재미가 있어야 하며 상상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그래, 내가 느끼는 것만치, 아는 것 만치만 알아들으면 되는거지'라는 마음으로 구매했다.
이전의 책보다는 한결 읽기가 쉬웠고 재미도 느껴졌으며 공감도 했다.
물론 읽다보니 모든 작품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란 말씀이시다. ㅎㅎ
차라리 어려운 것이 너무 쉽게 독자를 생각해서 아무렇게나 쓰는 책보다는 백번 낫다.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7편의 소설이 고스란하다.
제목을 보고는 장편소설인가 했는데 중편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상실' 잃어버림이란 생각이 든다.
물체를 잃어버리는 분실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잃어버린 상실의 느낌,
오직 두 사람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이다.
부모님과 두 딸과 아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정에서 아버지는 큰 딸을 편애하고 그만치 기대한다.
'자식은 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꿈'이라고 하듯이, 교수인 아버지는 큰 딸 현주를 향한 기대치가 엄청나다.
아내와 작은 딸을 두고 유럽여행을 떠난 부녀는 긴 여행과정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이 서로를 옭아매는 사슬임을 깨닫는다. 그런 깨달음이 있은 후 그들의 여행은 즐겁고 행복하기 보다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여행이 된다.
부모 이혼 후 당연히 큰 딸이 아버지를 책임지게 되고 아버지로 인해 당하는 모든 불편과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죽어가는 아버지를 바라본다.
유년시절의 아빠를 상실하는 과정이 마음 아프다.
아이를 찾습니다..
역시 모티브는 4월 16일이다.
아이를 잃은 후 엄마는 충격으로 정신이상자가 되고 아버지는 모든 생활을 포기한채, 오직 전단지를 만들기 위한 수입만큼의 일을 하고 생계를 꾸리며 집안 곳곳마다 커가는 아이의 전단지를 쌓아두고 아이를 찾아헤맨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찾은 아이는 나의 기대를 저버림으로 아버지를 외롭게 하고 고독하게 한다.
아이를 찾고자하던 간절함도 없고, 10년 후의 아들은 친부모를 용납할 수 없어 방황한다.
아이를 찾기 전보다 찾은 후의 삶이 더욱 허허로운 것을 보며, 한편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인생의 원점'에서의 인아는 폭행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함으로 남다른 '상실'을 경험하고
'슈트'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시체를 찾으러 가지만, 아버지를 찾으러 온 또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아버지의 슈트를 입어보며 잘 맞는 사람이 아들일거란 추측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간다.
'분실'과 '상실'의 차이를 경험하며 어쩌면 영원히 내 것이며, 내 곁에 남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만치 내가 좀 더 여물어진다면 맞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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