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운 고백
박 완 서 / 문학동네
다시 듣는 그리운 목소리
새롭게 찾아온 박완서의 첫 산문집!
어느새 6년이 훌쩍 지나갔다.
또 하나의 별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아파하던 때가 며칠전의 일 인듯이 여겨지는데 ...
입에 착착 달라붙는 글들을 기다리던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젠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싶은 마음까지 들었었는데
요괴같은 내 마음은 어느새 선생님의 글들을 잊은채 이리저리 기웃대며 시간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으니...
고인의 산문집이 7권으로, 단편소설집이 7권으로 출간되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책을 고르면서도 한켠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미 읽은 글들이 다시 책으로 엮어져서 고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이중삼중으로 떠안기는 것은 아닐까.
책을 받아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부끄러워졌다.
잘난척 하는 마음이, 장삿속에 걸려들까봐 염려했던 기우가, 기껏해야 몇 권의 책을 구매하면서도 이런 가당찮은 의심을 품었다는 것 자체로 얼마나 이기적이며 교만한 마음을 지녔던가를 돌아보니 참 많이 부끄럽다.
박완서 선생님이 살아 계셨다면 그러셨을게다.
'그까짓거 책 몇 권 읽으면서 그렇게 의심을 하고 못 미더워할 바에 아예 읽지를 마라'고..
산문집으로 나온 '쑥스러운 고백'은 지난 날들의 글로 시작된다.
더우기 내가 알지 못했던 선생님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어진다.
소설을 통해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 , 그리고 일생의 이야기들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아들을 잃기 전의 가정사는 잘 알지 못했었다.
이번 산문집은 결혼 후, 6명의 자녀들을 낳고 가정주부로서 살아가던 글들이다.
자녀를 양육하며 일반 가정의 여자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등단 전과 후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셔서 참 좋다.
물론 등단했다고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분의 성품이 그러했으니...
언제나 꾸밈없이 진솔한 글을 써 주신 선생님이 그립다.
속엣 말들을 의뭉스럽게 꾸역꾸역 토해주신 것도 참 다행스럽다.
이 시대의 표현처럼 사이다같은 외침으로 시원하게 내뿜어주심도 감사하다.
문인으로서가 아니고 여자로서의 삶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산문집.
이렇게라도 선생님의 글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쩍쩍 갈라진 땅바닥에 며칠간 비가 내려서 마음이 놓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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