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뜻밖의 生

여디디아 2017. 6.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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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生

 

김주영 /  문학동네

 

참으로 오랫만에 김주영선생님의 책을 만났다.

직장 생할을 하던 예전에, 회사를 그만둘 각오로 김주영선생님과 함께 제주올레길을 걸었던 때가 생각이 난다.

호탕하고 한량이신 분, 통 크게 쏘실 줄도 아시던 분이다.

맞다.

영천과 이웃한 청송이 고향이시라 교보문고에서 청송 주왕산과 이육사 문학관을 또한 함께 여행하기도 했었다.

청송 주왕산 여행 후, 함께 갔던 사람으로부터 고스란히 당했던 후폭풍은 지금도 나를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무엇보다 제주도 7코스를 걷고난 후, 풍림콘도의 바닷가에서 늦은 밤, 소줏잔을 기울이며 들었던 문학이야기와 바베큐파티에서 여행경비로 받았던 자신의 강의료를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고기와 술로 통크게 쏜 멋진 모습이 새롭다.

물론 난 술은 입 가까이도 가져가지 못했고,  주일을 비켜서 토요일에 혼자 먼저 날아온 기억이 새롭다.

그때만 해도 참 젊었던 것 같으니...

 

뜻밖의 생,

역시 노련한 작가의 이야기는 인생이 담겼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날의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골 어느 마을에서 박무도씨의 아들로 태어난 박호구,

아버지 박무도는 도박이나 외박, 무식했던 시절의 스스로의 잘남으로 인하여 가족은 팽개치고 마음대로 살아가는 남자이다.

결국 고구마 먹기 내기로 인해 고구마가 목에 걸려서 숨을 거두고, 사인을 위해서 해부를 한 결과 그의 뱃속에서 화투 석장이 약간의 꾸김만 잇을 뿐, 그대로 벽에 붙어있는 기이한 일을 남기기도 했다. 

가정을 돌보지 않은 남자를 둔 집엔 언제나 엄마가 가정을 돌보고 자식을 건사하지만 이 가정은 좀 특별했다.

무당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일거수 일투족을 떠받들어 섬기는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 박호구를 또한 돌보지 않음으로 박호구는 어렸을 때부터 따뜻함이란 느껴보지 못했다.

 

남들보다 유난히 키가 작아서 늘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을 당했던 박호구는 이웃집에 있던 칠칠이란는 개와 함께 노숙자 생활을 하게되고 어느날 운동권이라는 억지에 끌려 입대까지 하게된다.

군대생활이 가장 행복했던 박호구는 휴가도 반납한채 군대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게 된다.

떠돌이 생활중에 만난 강기만이란 곡마단 남자에게서 서커스를 하던 박호구는 그곳에서 이웃집 아줌마인 단심네를 만나게되고

그로인해 그의 인생이 꼬일대로 꼬이는 과정을 위태롭게 보여준다.

 

옛날을 기억하며 잃어버린  당나귀같은 칠칠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그는 바닷가 낚싯터에서 여자를 만나게 된다.

박순희란 여자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남편을 찾아 떠다니며 여자라는 쉬운 방법으로 삶을 연명해 나간다.

박순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박호구는 뜻밖의 생을 경험하게 된다.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이서 나누는 대화는 인생살이의 경험이다.

특별히 고단하게 살았던 이들이기에 숨기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놓으며 서로에게 위로받는다.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지난 날을 토막토막 설명하듯이 그려진 내용이다.

끝까지 멋진 삶에 끈을 놓지 않았던 여자는 다시한번 남자로부터 배반을 당함으로 박호구를 찾아오고

그의 진실한 모습에 자신의 남은 생을 내려놓는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인생의 모든 삶의 모습들이 담겼다.

아름답고 행복하지 않은,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때론 따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일을 당하기도 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인간은 뜻밖의 생을 기대하며 살고 있는건 아닐까.

뜻밖의 삶을 꿈꾸기 보다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는 겸손함을 언제쯤에나 터득할 수 있을까.

 

"삶에는 언제나 고난보다 방법이 더 많다"

인생을 조금 더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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