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저 언덕 넘어 빛을 향하여

여디디아 2017. 7. 7. 10:09

 

저 언덕 넘어 빛을 향하여

 

서 보 석 / 맑은샘

 

 

2주 전인가?

예배 중 광고시간에 목사님께서 책을 한 권 소개하셨다. 

우리교회에 출석하시는 목사님 사모님이 쓰신 책이라며, 책에서 남은 이익은 헌당헌금으로 드리기로 했다고...

다른 교회에서 은퇴하시고 우리교회로 오신 목사님은 2년 전쯤 소천하시고 사모님만 출석하신다.

사모님이 쓰신 책이란 이유로 한 권을 집어들었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병으로 고생하셔서 황해도에 계시는 이모네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떠나시고 이후 전쟁으로 남으로 오지 못하시는 바람에 할머니 손에서 양육되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불교신자였지만 어머니에 의해서 개종을 하게 되고 이 후로 온 가족이 별 어려움 없이 신앙생활을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유한 가정이었기에 손자 손녀들을 잘 양육시키신 것 같다.

 

책에서 나타나는 것은 어린시절 할머니네서 자란 이야기,

전체적으로 할머니와 고모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가난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결혼 후 1남 3녀의 자녀를 두었고, 수재로 촉망받던 하나밖에 없던 아들이 서울대 공학계열에서 공부를 하고는 병으로 하늘나라에 갔다는 사실, 무슨 병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그리고 사모님이 청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목회자의 사모로, 혹은 전도사로 살아온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책은 에세이라기엔 뭔가 어수룩하고, 신앙서적이라기엔 뭔가 모자라고, 간증이라고 하기엔 또 야릇한... 애매하고 모호하다.

 

나는 글을 읽으면 오타를 잘 찾아내는 편이다.

그런데 한 페이지에 몇 글자나 오타가 있고, 거의 모든 페이지에 오타와 문맥이 일치하지 않으며,

같은 내용을 몇번씩이나 되풀이 하는  바람에 책을 읽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것은 글을 쓰신 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에 '사랑의 로맨스'라는 부제를 가진 글을 읽고는 어이가 없다.

처녀시절에 사랑했던 남자를 오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다.

 

상대 목사님의 말씀이..

"나는 우리 집사람하고 같이 나란히 자질 않았어. 언제나 나는 서재에서 잤어.

 그리고 집사람과 같이 다닌 적이 없었어" 하고 말을 한 그 말 속에는 나만을 생각했다는 말로 들린 것이다.(p.223)

 

이건 자신의 자랑일지는 몰라도 목사님에 대한 모욕이며  수많은 목사님들에 대한 모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 목사님들의 삶이 그렇지 않을텐데 한 사람을 통하여 얼마나 많은 목사님들이 손가락질을 받으며

크리스챤들이 비난을 받을 것인지 생각해 보았을까.

로맨스는 청년시절의 로맨스로 끝나야 한다.

신자나 불신자나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하는 것이거늘 하물며 목사님과 한때 사모였던 분이 부끄러움도 모른채 책에다 버젓이 까발리고 있다니.. 어이없고 화가 난다.

 

배우자였던 목사님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이고 목회하신 모습을 알고 싶었는데 거의 없다.

키가 훌쩍하신 목사님이 은퇴를 하시고 우리교회에 오셔서  혼자 어깨띠를 만들어 전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남편의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고,

고등학교때 전교 일등을 했던 아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기도로 드러난 義만 가득하다 보니  공감은 커녕 반감이 커진다.

 

기도의 능력과 기도 중에 본 예지력은 높이 살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좀 더 겸손한 모습으로, 솔직한 모습으로, '나'만이 아닌 '가족'을 중심으로,

그것도 아닌 오직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내용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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