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영초언니

여디디아 2017. 7. 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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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 언니

 

서 명 숙 / 문학동네

 

서명숙

우리나라에 올레길이란 새로운 길을 개척한 분이다.

그로 인해 문화가 바뀌고 삶의 질이 바뀌고 취미가 고급지고 여유로워졌음을 실감한다.

그 누구보다 올레길에 대한 매력에 가장 먼저,  깊숙히 빠져든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다.

물론 몇 코스의 길만 걸어보고 아직도 올레길을 열망하며 틈을 기다리기도 하다.

 

서명숙의 글이라는 소개에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나와는 동갑내기인 서명숙은 당연히 나와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 속해 있고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의 내용은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운동권에 뛰어들어 박정희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싸우던 젊은 날의 이야기다.

천영초라는 선배언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자서전이기도 하며, 천영초라는 선배에 드리는 헌사이기도 하다.

 

1장  '빨갱이섬'에  태어난 박정희 키드

2장  내 인생에 뛰어든 '나쁜' 언니

3장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4장  사람은 가고, 사랑은 오고

5장  지옥에서 보낸  한철

6장  수인번호  4141

7장  1980, 수상한 '서울의 봄'

8장  언니가, 웃었다

 

부제들을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 것이다.

제주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때는 말을 잘 못하는 아이였지만 엄마의 보살핌으로 극복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고려대 교육학과에 입학할 만큼 영특하고 특별한 아이였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학교 서클에서 선배 천영초를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다.

서명숙에게 처음으로 담배를 가르친 나쁜 언니이기도 하고, 오로지 박정희만 알던 서명숙에게 독재와 그 독재를 타도하려는 이념적인 사상도 깨우치게 한다.

대학생활 학교기자로 일을 하던 서명숙은 천영초를  비롯해 운동권 학생들과 어울리게 되고 그로인해 청춘을 독재타도를 위한 운동권에 바치게 된다.

남자친구를 위하여 집에서 등사를 하기도 하고 유인물을 배달하기도 한다.

 

방학을 맞이해 제주도로 내려간 어느 겨울 날, 찬물에 콩나물을 씻어 다라이에 이고 가는 엄마를 보며 비굴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울에 올라와 영초언니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며 운동권에서 밀려난다.

스스로 비굴한 편을 택한 명숙은 교생실습으로 제주도 신성여고로 내려간다.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월요일부터 시작될 교생실습을 기다리던 명숙에게 형사가 들이닥치고 서울로 이송되어 수감된다.

 

당연하듯이 운동권 학생들이 당한 온갖 고문들이 나열되어 있다.

여러가지 고문보다 더 지독한 言語의 고문은 가끔 자신을 휘둘리게도 하지만 더 많은 모욕과 수치를 안긴다.

교도소에서의 수감생활 또한 가감없이 보여준다.

 

글에서 등장하는 많은 분들이 지금 얼마전까지 우리를 대표하던 국회의원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그들의 이름들을 책에서 만나니, 그들의 청춘 역시 우리와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기억까지 상실하고 실명까지 한 영초언니,

이혼 후 아들과의 삶을 위하여 캐나다로 떠나는 모습이 좀 아이러니 한 것은, 지금도 나라를 위하며 민주주의를 위하여 떠들어대는 분들이 당신의 자식들은 그들이 그렇게 저주하는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는 사실이고 난 그런 사람들의 이중성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초언니와 서명숙,

똑똑한  그들은 왜 가정을 지키지 못할까?

이혼이 죄가 아니지만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라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하나 온전히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평범한 내가 이해할 문제가 아닌가 보다.

가정까지 잘 건사해 화목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없이 좋으련만...

자못 아쉽기만 하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그 아름다운 청춘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하여 치열하게 싸우며 전진하는 것,

두려움 보다는 義를 위하여 자신을 불사르는 것이 진정 청춘인 것이며

지나간 우리의 청춘이 그랬듯이 지금도 청춘은 여름햇살처럼 두려움 없이 펼쳐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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