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 애 란 / 문학동네
바깥은 여름?
왜 바깥만 여름인가? 지금은 안도 여름, 밖도 여름, 내 속도 여름, 내 밖도 여름인데...
공기와 바람과 태양이 주는 온도도 견딜 수 없이 뜨겁고 무덥고 그래서 짜증을 간신히 견디는데
내 속 역시 투닥거리는 사람과 일과 스스로의 성질로 인해 폭발물처럼 위태롭다.
이럴때는 역시 책 속이 가장 안전한 피난처이다.
특히 달큰하고 말랑말랑한 내용이 감정을 다스리게도 하고 잊혀져가는 마음을 다시금 말캉하게 만져주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바깥은 여름'이란 제목으로 오랫만에 신작이 나왔으니 장편인가? 기대했지만 역시 중단편이다.
그뿐이랴!!
7편의 작품에서 4편이나 그것도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몇 번째 다시 만나는 작품이다.
하여, 좀 속상하고 억울하고 배신당한 기분이다.
제목에 따른 작품은 한 편도 없이 그냥 제목만 입힌 것이고 그동안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수록했으니 김애란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재탕 삼탕은 기본이란 것인가!
출판사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언짢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입동'과 관 '노찬성과 에반'은 어린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입동에서는 유치원버스의 사고로 영우를 잃은 젊은 부부의 애잔함과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이 펼쳐지고
노찬성과 에바에서는 할머니 손에 키워지는, 어쩌면 방목 상태의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분식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40여분 거리에서 혼자 집을 지키며 끼니때는 40분을 걸어와 끼니를 해결하는 찬성이가 어느 날 버려진 개(에바)를 돌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며 가족의 따뜻함을 배워가는 길목을 그려준다.
건너편에서는 공무원시험에 낙방하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채, 여자친구에게 얹혀사는 남자와 헤어짐을 반복하며 생각하는 여자의 고달픔, 애증의 관계를 나타냄으로 이별이란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침묵의 미래는 이상문학상 대상 작품인데 여전히 별 재미보다는 난해한 내용이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설명을 들어야 올바른 이해를 할 것 같다.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현실에서 충분히 맞닥뜨리는 내용이라 서글프다.
교수가 되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며 헌신하지만 돌아온 것은 엄청난 배반뿐인 풍경의 쓸모,
혼혈아라는 이유로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아이와 그 아이를 조심스런 눈을 바라보며 애를 태우는 엄마의 마음이 그려진 가리는 손,
학생을 구하려다 물에 빠져 숨진 남편을 슬퍼하는 여자의 담담한 슬픔들이 알싸하게 그려진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소설이 소설만이 아닌 내용들,
우리가 마주하는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닥치지 말았으면 하는 그런 일들..
섬세하고 내밀하게, 무엇보다 균형있게 생각하며 표현한 글들이 마음을 맑게 해준다.
좋은 책이지만 같은 내용이 여러 번 실려 있음으로 책 값이 좀 아까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