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선한 이웃

여디디아 2017. 7.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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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

 

이  정  명  / 은행나무

 

 

 

 

예약판매를 하는 책은 대부분  작가 친필 싸인이 들어있다.

특별히 좋아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책이다.

선한 이웃..

선한 이웃의 모습은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대통령이 바뀌자마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진보성향으로 바뀌었다.

언제 내가 보수였냐는 듯이, 누구에게 잘 보일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보아도 정치적인 소식에는 앞다투어 달큰한 댓글이 줄을 이어가고(이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대통령이 지목한 누군가에게 한마디의 반대만 하여도 문자가 밤새도록 폭퐁처럼 휘몰아친다고 하니..

이것이 진정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인지 의심스럽다. 암튼,

책의 내용은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운동권의 사람들과 그들을 뒤쫓는 정보국의 이야기이다.

 

운동권에서 신출귀몰한 최민석을 잡기 위해 정보요원 김기준은 팀원들과 며칠씩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채 대기한다.

얼굴이나 뚜렷한 인상착의도 없이 오로지 최민석이라는 이름만으로 그를 잡으려는 정보요원들의 지난한 삶의 모습들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연출가 이태주는 그들이 그려내는 최민석에 맞춤하게 만들어지고 결국 최민석으로 정보당국에 붙들리게 되지만, 이태주 역시 정보국이 키운 정보 요원이라는 경악할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1부  최민석

2부  이태주

3부  김진아

4부  김기준

5부  엘렉트라

6부  관리관

7부  최민석

 

7부로 나누어진 만큼 장편소설이다.

처음엔 연작소설인가 싶기도 했지만 3부에 들어서면서 각 인물을 하나씩 중점적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운동권의 사람들의 생활,

쫓고 쫓기고, 집히고 심문당하고, 고문당하며 서로를 의심하며 배반하는 일들..

정보요원 역시 상식적인 선으로 그려져있다.

 

글을 읽으며 우리는 얼마나 위험한 세상에 노출되어 있는지 아찔한 느낌이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만들고 거기에 맞추어 누군가를 희생하는 사회,

비단 지나간 일들이 아니고 어쩌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일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섬찟하다.

 

국가가 어지러울 때는그것을 무마할 만한 그림이 그려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 늘 무엇인가를 준비해 놓는 정치판..

'내'가 누군지를 모를만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올 만큼 만들어지도 다듬어지고 각색되어지는 사람들,

그래서인지 글이 중심은 연극과 운동권을 함께 다루고 있다.

부디 내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이다.

 

즐거움으로 혹은 슬픔으로 관람할 수 있는 연극의 대사조차 의미를 부여하고 의심하는 일들,

이태주의 서글픈 삶도,  김진아의 서러운 삶도, 김기준의 애틋한 삶도, 관리인의 정리된 삶도..

안타깝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작가의 표현력이 압권이다.

표출하고자 하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들이 의미있다. 

 

"우린 거짓말을 했어. 이미 한 거짓말을 뒤집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하다보니 앞의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

"우린 앞만 보고 달렸을 뿐이야.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믿음으로 조직하고 설계하고 실행했어. 그게 우리의 일이었으니까.

우린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전하듯,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듯, 용접공이 철근을 이어 붙이듯이 우리 일을 한거야"

"그런 일을 부역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일을 하는 자들을  부역자라고 하고....."

"그건 옳은 일이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필요한 일이었어.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문제는 그 누군가가 우리였다는거지. 그래, 우린 일을 했어. 거짓말, 기만, 협잡, 염탐, 겁주기, 회유, 폭행, 고문.......

그건 일이 아니라 범죄였어. 그게 범죄라는걸 알면서도 계속하기 위해 우린 스스로를 속였을뿐이야"   

"설사 범죄라해도 그건 상부의 명령이었고 지시였어. 알잖아? 조직의 일원으로서 우리에게 맡겨진 의무였다고".

(p.245~246)

 

우리에게 선한 이웃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선한 이웃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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