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내교회 이웃사랑부

배추김치

여디디아 2017. 3. 8. 11:27

 

 

 

 

 

3월 12일

배추김치

준비물 : 배추 30포기,  부추 5단,  대파 2단, 멸치액젓 9kg, 새우젓, 소금, 찹쌀풀 외

 

몇 년 전이던가?

1952년생, 나보다는 훨씬 언니되는 권사님과 집사님들 5~6명이 구제부를 담당하며 함께 모여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고 나도 나이가 들면 좋은 친구들과 함께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었다.

교회친구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풀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은밀한 곳에서 선한 일을 하는 것이 내게는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지난여름, 절친인 안권사님이 사무실에 들러서 안타까운 마음을 풀어놓으셨다.

수년동안 계속하여 구제부에서 준비한 음식을 퇴근 후에 집집마다 배달을 하는데 어느 때 부터인가 음식을 만들지 않아서 음식점에서 사다주기도 하고 간단한 것들을 사다 주기도 하는데, 받는 분들이 그 시간만 되면 애가 타게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크리스챤인 우리는 영적인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만 독거노인이나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장 먹을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배가 고파서 허기진 사람들에게 우리가 아무리 복음을 전한들 그들은 당장 고픈 배가 우선인 것을 말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겁도 없이, 간도 크게 이웃사랑부에 자원을 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숙이가 끝내 실망시키지 않고 함께 해준다는 사실이다.

 

이웃사랑부에서 준비해 드리는 음식은 한두끼의 반찬일 뿐이다.

또한 전도가 목적이 아니라 당장 한끼니의 식사가 우선인 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반찬을 드렸으니 드시고 교회에 나오셔야 해요"라는 조건은 일단 나는 싫다.

다만 드시는 분들이 "교회에서 이런 사랑을 베풀어주시니 감사하다. 도대체 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싶은 마음에 때가 되어서 교회로 발걸음을 해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웃사랑부 부장을 맡고나니 서방이 제일 처음으로 한 말은

"당신, 단 돈 10원이라도 허투로 쓰지 마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다.

어쩐지 그 말이 힘이 되고 나를 다잡게 한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마트에 갈 때 마다 카드를 두 장씩 가지고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내가 음식을 특별히 잘 만들거나 음식솜씨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집에서 가족들이 먹는 것처럼 그렇게 준비할 뿐이다.

때문에 더러는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테고 짜거나 맵거나 달거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할지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 끼니라도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어제는 배추김치를 했다.

30포기를 했더니 양이 넉넉하여 푸짐하게 담을 수 있으니 기분이 좋다.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어슬렁거리기만 하니 미안한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이장호집사님과 영숙이가 팔을 걷어 부치고 씻고 버무리는 모습을 보니 

 '도대체 내가 무슨 배짱으로 이 일을 자원했을까?' 싶어진다.

 

하나님의 일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내가 아니면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그런 교만함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필요에 따라 미리 합력할 동역자들을 세워주심이 얼마나 감사하며 놀라운 일인지.

무슨 메뉴를 정하든지 나를 믿어주며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는 분들이기에 할 때 마다 감사할 뿐이다.

 

음식을 준비해 놓으면 퇴근 후에 달려와서 배달해 주시는 성승희권사님과 안명애 권사님,

특별히 김선희, 김영미, 이차례 동생 집사님들의 묵묵한 수고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각자의 자동차로 어둡고 험한 길에도 오직 사랑으로 배달하는 그들의 섬김이 귀할 뿐이다.

바라는 것은 아무쪼록 안전하게 배달하여 그들에게도 기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30가정을 섬기고 있다.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박해임집사님은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시는데 요즘 병환이 중해지셨음을 들었다.

온 몸이 떨려서 그릇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으시다는 소식에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포함하기로 했다.

몸이 불편하여 반찬을 만들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은 평내교회 성도이거나 불신자이거나 상관하지 않고 섬기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육신의 질병으로, 혹은 물질의 어려움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작은 수고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년간 노인복지에 대해 공부를 하신 최겸용장로님이 특별히 노인분들께로 향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하시는 마음이기 때문에 이웃사랑부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섬기기를 다하고 있다.

 

평내교회에서 모든 것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며, 내가 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나는 그저 건강한 몸으로 일주일에 2~3시간 몸으로 봉사할 뿐이다.

기쁜 마음으로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나에겐 또 하나의 축복이다.

 

 "이는 우리가 주  앞에서뿐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려 함이라" (고후 8장 21절)

 

월요일 새벽에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깨닫게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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