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둘이서 제주도 여행..
가끔 좋은 글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눈만 돌리면 흔해빠진 좋은 글들이 마구 쏟아져서 읽기도 번거롭고 시도때도 없이 달려드는 판에 보지 않고 그대로 휴지통으로 보내는 글이 한 두번이 아니며 읽지도 않은채로 휙휙 넘겨버리는 글이 부지기수다.
좋은 글 중에서도 좋은 친구에 대한 글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 같다.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는지,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친구가 되고 있는지..
늘 자신이 없었다.
내 더러운 성질을 내가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조금씩 자신을 돌아볼 줄 안다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 내게 진정한 친구가 없다면 나는 헛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친구에 대해, 이웃에 대해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어떠했을까.
감사하게도 몇 년 전부터 좋은 친구들이 주변에 존재함을 느끼고 참 감사했다.
존경하는 어른들이나 나보다 나이가 적은 동생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추억속의 친구가 내 생일을 기억하는 일들은 진정 감동으로 다가든다.
내 마음을 그대로 열어보여도 흉 대신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친구,
그런 좋은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을 넘긴다는 사실은 감사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생일인데 미역국은 먹었느냐는 문자가 새벽부터 핸드폰을 진저리치게 울리던 어제아침,
어느 날 어느 때건 마음만 먹으면 끓여 먹을 수 있는 미역국을 이번엔 왜 또 먹고 싶었으며, 허리는 왜 날을 맞추어서 아파주시는지. 그래서 나를 서럽게 하시는지. 얄궂다.
허리가 아파서 아침을 굶었다는 말에 영숙이가 "기다려, 내가 맛 있게 미역국 끓여다 줄께"라는 말에 빈 말이라도 먹은 것 같다며 인사를 했는데...
미역국과 겉절이까지 가득하게 만들어서 가져왔으니 내가 뭐라고 해야할까.
얼마 전에는 난처한 부탁을 하자 이유를 묻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하면 되니?"라는 말 한마디만 던진채 그대로 달려와 흔쾌한 마음으로 해치우던 모습...
교회에서 "함께 부엌에서 봉사하자"라는 말에
"네가 부엌에서 할 일이 있을 때는 내가 내려갈테니 너는 찬양대 네 자리나 잘 지키라"며
언제든지 나를 위하여 자신이 나서겠다는 친구,
누군가 나에 대한 비난을 하면 마치 자기 일인듯이 얼굴을 붉히며 나서서 나를 변호하는 친구
"평내교회 30년 동안 너 하나 얻은 것만으로 행운이다" 며 내가 할 말을 가로채 버리는 친구이다.
어제는 울산에 사는 친구가 내 생일을 기억하며 축하의 메세지를 보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기억할 줄은 정말 몰랐다.
"너는 항상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멋진 친구라는 사실을 너는 몰랐구나.
한동안 소식이 없더라도 마음 한 모퉁이를 턱하니 자리하고 있는 너였다" 라는 말에 절로 부끄러워진다.
함께 했던 시간 이후 45년이라는 세월에서도 내 생일을 기억하다니...
생일 날이라고 분주한 시간 가운데서도 시간을 정리해 점심을 사주는 친구,
그 마음이 느껴져 거절하지 못하고 먹고 또 먹었다.
나는 늘 사랑의 빚을 안고 살아간다.
언제 어떤 모습이든지 이 사랑의 빚을 갚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반 백년을 살면서도 이제서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다니 나는 참 늦다.
새 봄이 나를 향하여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