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배이호 진대운 성기철 이희목 이상철
보현초 22회 커플 순옥이와 기철
흥인지문
대구에서 올라 온 국보한의원 원장님
재경동문회장 희목
국보한의원 원장이 선물로 가져온 공진단
허리가 아파서 2주일간 꼼짝을 못했다.
2주만에 처음으로 월요일에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했는데 22회 서울친구들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대구에서 이호까지 온다고하니 난감하다.
하루종일 생각을 해도 대구에서 여기까지 온다는데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나가지 않는 것은 의리가 아닌 것 같아서
5시가 좀 넘어서 동대문으로 출발을 했다.
미리 도착한 대운이가 주차할 곳을 준비함으로 주차문제를 해결하니 대운이의 마음이 전해져 참 고맙다.
대구에서 올라온 이호와 상철이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이어서 기철이와 순옥이가 길을 찾느라 전화통에서 불이나는가 싶더니 부부가 정다운 모습으로, 꿀이 흐르는 모습으로, 깨를 볶는 모습으로 들어선다.
같은 서울에 살지만 만나기가 어렵고 특별히 재경동문회 모임외에는 우리끼리 만나기는 어려웠는데 모처럼 22회만 만나니 또다른 기분이다.
여전히 식사가 끝날 즈음에 희목이가 127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나타난다.
삼겹살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동대문을 꿰고 있는 대운이의 인도로 동대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맥주와 레몬차로 2차를 시작했다.
넓은 카페가 텅 비어 있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설명하는 듯해서 마음이 아프다.
그런 중에서도 보현의 친구들이 각자의 처소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감사하다..
치열한 삶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 친구들임을 알기에 그저 소중하고 감사하다.
33년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희목이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모두가 한마디씩 거든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설명을 하고 이해를 들었어도 결정은 자신이 해야할 일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거래처를 만나서 번창하기만 바랄 뿐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이호가 공진단을 하나씩 선물한다.
쇼핑백까지 준비하여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는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두가 공진단의 효력과 가격에 대해 말을 하며 고마워하는데,
"이게 뭐야? 공진단이 어디 아플 때 먹는거야? 어떻게 먹는거야?"라며 촌티를, 무식한 티를 제대로 드러낸다.
약효도 좋으며 가격도 만만치 않으며 따뜻한 물과 함께 먹으라는 말과 설명서를 읽어보라는 말을 듣고 집에가서 읽어보니
지금 나에게 딱 좋은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신기한 마음으로 먹었다.
친구들을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한 그 마음이 고맙고 아무 생각없이 불쑥 찾아간 내가 좀 부끄럽다.
이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남자들은 몇 잔의 맥주를 마시고 순옥이와 나는 레몬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난다.
쉼 없이 넘어가던 맥주의 효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나게 드러난다.
어느새 잠이 든 상철이, 얼굴이 새빨간 기철이는 말이 늘어나고, 희목이의 수다는 여자들의 수다는 수다가 아니더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진옥인 내 킬러다. 나는 진옥이가 제일 싫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면 모두 맞는 말이고 나를 생각하는 말이다.
그래서 또 기쁘다" 횡설수설이다.
취중진담이다.
사람은 원래 나에게 바른 말은 듣기 싫은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허투로 듣지 않고 다시금 생각해본다니 다행이다.
기분 나쁘더라도 잘 되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술이 어느 정도 깨는지 자신이 뱉은 말을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미 나는 접수가 끝난 상태이다. ㅋㅋ
신기한 것은 순옥이를 바라보며 말을 하는 기철이의 얼굴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40년은 함께 살았을텐데 아직도 저렇게 꿀이 떨어지는 사랑은 대체 어디서 솟아나는 걸까. 부럽다.
하루 24시간 서방과 함께 있는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도장을 찍어버리고 싶고,
일주일에 몇 번씩 법무사 사무실로 달려가고 싶고 한달에 한두번씩 소리나지 않는 총으로 퐉~~ 쏘고 싶어서 홧병이 나는데 말이다.
그런 나에게 한의원 원장인 이호는
"진옥이는 화가 하나도 없다. 너처럼 살면 아무 걱정이 없다. 다만 뼈만 잘 관리해라"고 한다.
에구...
남 속도 모르고.. 화장으로 가려진 얼굴이 한 몫을 하는건가???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가리킨다.
집으로 가려는데 60이 넘은 친구와 60인 친구와 60을 바라보는 친구가 동대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난리이다.
간혹 저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서 낄낄대며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치면
"뭐하는거야? 나이도 모르는지 주책이야" 라며 속옹알이를 하던 내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즐겁고 행복하게 그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흉보지 않아야겠구나. 인생살이 누구나 그렇구나' 중얼중얼..
집에오니 1시,
밤 운전이 서툰 와이프가 걱정되었던 서방이 꼭 한마디 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늦으면 늦다고 전화를 해야지"
그러던가 말든가,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고나니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그저 즐겁고 재밌었다는 말씀이시다.
사랑하는 친구들,
어디에서 무얼하든지 건강하며 행복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