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생신인데 인아가 신난??
인아가 다니는 어린이집
상다리가 부러지기 직전...
설겆이하는 주현이와 성희
말이야 버터가 발라진듯 매끄럽게 하고, 누가 들으면 세상에 이런 시부모가 없을 것 처럼 허풍을 떨어대지만
실상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며느리들 눈총을 받는 시부모인지 모르겠다.
돈도 필요없이 카드만 내밀면 오만가지 음식들이 좌르르하게 차려지고, 을의 자리가 아닌 갑의 자리에서 거들먹거리면서
반찬타령에 음식투정까지 곁들이며 다이어트는 말 뿐이고, 배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인데 간도 크게 며느리들에게 한 마디 일침을 가했다.
"앞으로 우리가족 생일은 이렇게 한다.
첫째, 며느리들 생일은 우리가 책임진다. 친정부모님과 가족들 모셔서 식사 대접한다.
둘째, 부모님 생일은 둘이서 한번씩 책임져라.
엄마 아빠 생일이 한 달 걸쳐서 있으니 둘이 교대로 하도록 한다.
집에서 먹어도 좋고, 주문해서 먹어도 좋고, 외식해도 좋다. 다만 일년에 한번씩 각자 사는 모습을 보이도록 한다.
셋째, 아들들 생일은 너네가 알아서 해라. 우린 신경 안쓴다.
넷째, 손주들 생일은... 각자 알아서 해라. 단 나도 축하하고 싶다. 잉잉 ㅠㅠ "
지난 달에 세현이네서 내 생일을 했으니 이번엔 성희가 감당할 차례이다.
설을 지나고 시어머니에 이어 시아버지 생신까지...
준비하는 성희도 등이 휘겠지만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기다리는 마음이란 자식들을 보고파하는 부모의 심정이다.
토요일, 일찌감치 용인으로 출발하는 길은 우리의 마음을 아는 듯이 막힘없이 쭉쭉이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용인에 도착을 하니, 아들과 며느리가 보고 싶은게 아니라 인아가 보고싶었음을 어쩔 수가 없다.
낮잠을 자던 인아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고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세현이네가 오기 전에 인아를 데리고 인아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놀이터를 한바퀴 돌며 보고팠던 인아와의 시간을 가진다.
4시가 넘으니 세현이와 선이가 반가운 낯으로 들어선다.
인아를 위하여 선이가 색칠공부와 공룡책, 동화책 등을 준비해서 왔다. 조카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보니 내가 더 기쁘다.
봄꽃처럼 환한 모습으로 어울더울 엉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다.
성희가 음식을 정성을 다하여 음식준비를 했다.
샐러드와 제육볶음과 베이컨야채말이 그리고 냉이무침과 시금치 무침과 미역국까지 정갈하게 차려놓은 음식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해진다.
시어머니가 며칠전부터 "성희야 대충해라, 다만 상다리는 툭 부러지게 차려라"고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했으니...
지나치게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정성을 들여서 차려진 음식을 먹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켜켜이 쌓여진다.
지나번 선이도 정성껏 차린 음식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성희가 이렇게 또 한 상을 차려주니 행복이 넘친다.
세현이가 준비해온 케잌을 자르고 사진 한컷을 찍으려니 인아가 얼마나 헤집고 다니는지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가 없다.
잠이 쏟아지는 인아가 하는 말,
"할머니 인아 자고 나올테니 꼭 있어요. 무슨 소리가 나면 내가 벌떡 일어나서 나올께요"라는 말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
볼 때 마다 말이 늘어나고 표현이 늘어나는 인아를 보니 그저 신기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집으로 갈 시간이 되니 눈치빠른 인아의 표정이 달라진다.
이제는 할머니가 집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보다.
일일이 달려가 안기며 인사를 하는데 선이에게 "작은엄마 할머니네 놀러오세요. 거기서 만나"라며 몇번을 당부하고 안기는가 하면 세현이에게도 "작은아빠 인아네 또 놀러오세요"라며 안긴다.
그리고 기절할 일..
"할머니 인아랑 놀아줘서 고마워, 인아네 또 놀러오세요"라며 나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것이다.
시도때도 없이 "할머니 좋아요"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보고싶었어요"라며 고백을 하는 바람에 정신이 몽롱하다.
어젯밤에 장조림을 만들고 지난여름에 담은 오이지를 썰어서 무치고, 양계장에서 계란을 사고, 권사님네 공장에서 갓 볶은 아몬드를 준비해서 아들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보기도 한다.
성희와 선^^*
착한 며느리들 덕분에 행복한 생일을 보냈고
내일모레 있을 서방 생일까지 행복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외국여행보다, 값비싼 음식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정성들여 차려준 식탁은 뱃속을 채우기도 전에
우리마음을 먼저 채움으로 기쁨과 감사와 행복의 의미를 배우게 했다.